부활 제4주일 강론

 4월의 마지막 주일이고 마지막 날입니다. 미국태생의 영국 계관 시인 T.S.엘리어트는 그의 대표작 황무지(The Waster Land)’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다.” 원래는 5부로 된 긴 시입니다. 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신앙 부재와 정신적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그러한 불모(不毛)를 암시하는데, 이는 절망의 밑바닥에서도 종교적인 구원이 보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한 4월을 보내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맞이합니다.

 

부활 4주일은 성소 주일(World Day of Pray for Vocation)입니다. 매일 미사 책에도 잘 설명하였듯이, 1964년 바오로 6세께서 특별히 사제 성소 증가를 위해 기도하자고 권고한 날입니다. 다른 용어로는 착한 목자 주일이라고도 합니다. 교회 안에는 세 가지 성소가 있습니다. 사제 성소, 수도 성소, 결혼 성소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제로 부르심을 받고, 수도자로 부르심을 받고, 혼인성사에로의 부르심을 말합니다. 모두가 중요하고 축복된 부르심입니다. 이 세 가지 부르심은 봉사에로의 부르심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만이 봉사의 성소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혼인 성소도 아주 중요한 봉사의 부르심입니다. 부부 서로가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서로에게 봉사의 정신으로 임하지 않으면 쉽게 혼인의 관계가 깨어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한 봉사의 부르심이 아닌가 쉽습니다.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각자의 성소를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합당한 부르심을 받지 못하신 분들은 부지런히 부르심을 찾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부활 4주일 말씀은 요한복음을 통해서 목자와 양의 관계를 설명하십니다. 예수님을 목자로 그분을 따르는 교우들을 양으로 비유하여 목자와 양의 관계를, 동시에 참된 목자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목자와 양의 비유의 말씀에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알고 양들도 자기 목자를 알고 그의 목소리에 따라서 움직인다고 말씀하십니다. 목자는 양우리에 들어갈 때도 정당하게 양우리의 문으로 들어간다고 말씀하십니다.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 사람은 목자가 아니라 강도이며 도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바리사이들을 두고 하신 말씀이라고 성경학자들은 풀이 합니다. 양들이 목자의 음성을 안다는 말은 중동이나 근동에서는 양을 들판에 풀어놓고 키우고 먹이를 먹입니다. 저녁이 되면 여러 명의 목자가 자기 양들을 데리고 한우리 안으로 들어옵니다. 한 우리에 여러 목자의 양들이 함께 밤을 지내고 잠을 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우리에서 나올 때는 목자 한 명이 자기 양들을 부르면서 풀밭으로 데리고 나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양들은 그들 목자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한 관계이기에 양들은 목자의 소리를 알고 목자도 자기 양들을 안다는 의미입니다.

 

신앙생활 하시면서 예수님께서 자신을 돌보고 계신다는 체험을 하셨나요? 예수님께서는 나의 목소리를 알고 계신다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예수님께서 자신을 부르고 계시는 목소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면 나를 부르고 계시는 예수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신 적이 있나요?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당신의 양들인 우리 상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심적인 상태는 어떤지, 우울증이 있었는지, 내가 너무 우월감에 빠져 교만하게 사는게 아닌지, 우리 자신이 자신의 허물보다는 타인의 허물만 탓하고 있는 게 아닌지, 예수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보다는 현세의 재물에 너무 치중하고 사는 게 아닌지, 진정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기도와 관심을 보이는지, 그러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와 주도록 예수님께 기도하는지 아닌지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착한 목자이시고 우리의 구원자이기 때문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과 나의 관계를 다신 세우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성소주일을 맞아 젊은이들이 특히 사제성소나 수도성소에로 많이 응답해 주시길 기도 꼭 부탁드립니다. 우리 본당에도 신학생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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