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
4월의 첫째 주입니다. 4월이 시작되었고 주위의 나무들에서는 서서히 파란 잎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꽃나무에서는 꽃망울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로 시작하는 4월에도 우리 교우들께서 하느님 사랑 안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가톨릭교회는 주님 수난 성지주일을 기념합니다. 이 전례는 다음 주에 맞이하는 부활 대축일에 있어 반드시 지내야 하는 전례입니다.
오늘 가톨릭교회가 기념하는 주님 수난 성지주일은 매일 미사 책에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교회는 오늘 성지(聖枝, Palm)축복과 행렬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영광스럽게 기념하면서 동시에 ‘주님의 수난기’를 봉독하면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지난 목요일에 마지막 예비신자 교리를 하였습니다. 작년 9월 첫 주 수요일에 시작한 예비신자 교리가 장장 7개월에 걸쳐 마무리하였습니다. 긴 여정이었습니다.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하는 날 저는 예비 신자들에게 말씀드렸습니다. 교리를 많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리에 빠지지 않고 지속해서 꾸준하게 출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은 지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고 항구함(恒久)에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나 예비 신자들에게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결코 쉽게 이해하고 수긍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2000년 전에 사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오늘의 현실에 모셔와서 예비 신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예비 신자분들의 특징은 다섯 분 모두 과거에 개신교에 다니셨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예수님에 대해서 알고 계시던 분들이었지만, 좀 더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사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모셔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나아가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설명할 때는 어떻게 하면 그 부활 사건이 예비 신자들의 마음 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활 사건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이며 핵심임을 강조하였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은 반드시 부활한다는 것을 믿고, 그 믿음은 이 현실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누차 강조하였지만 서로가 쉽게 이해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아직 가톨릭교회의 걸음마 단계에 있는 예비 신자들에게 하느님께서 자비와 축복을 베풀어주시기는 간절히 기도합니다. 또한 교우들께서도 많이 도와주시고 그리스도교 신앙에 항구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오늘 주님 수난 성지주일은 예수님 수난, 죽음과 부활 일부분입니다. 본격적인 수난의 시작으로 들어가는 사건입니다. 이번 한 주간 동안 예수님은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시면서, 그리스도교 교리 중에서 제일 중요하고 핵심인 성체성사를 세우셔서, 당신께서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심을 약속하셨고, 십자가상의 죽음 이전에 수난이라는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부활 사건이라는 엄청난 기쁨과 영광과 희망 이전에 반드시 예수님은 수난과 죽음이라는 과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오늘 전례의 핵심은 예루살렘 입성입니다. 이 입성은 비록 사람들이 나귀를 타고 오시는 예수님을 환영하고 ‘호산나’라고 노래 하였지만, 그것은 언제 어느 때 변화할지 모르는 인간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환영하던 인파는 며칠 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악을 쓰던 사람으로 변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실의 우리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묵묵히 하느님 아버지의 섭리에 따라 스스로 당당하게 그 수난의 길로 가셨습니다. 부활이라는 영광은 수난과 죽음이 반드시 동반해야 이루어지는 것임을 너무 잘 아셨기에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수난과 죽음의 현장에, 우리 자신은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악을 쓰면서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 마리아와 이름 없이 예수님을 따라온 여인들같이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면서 참여할지 각자의 삶 안에서 묵상하고 사는 한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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