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3주일 강론

 완연한 여름입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가끔 있지만, 4월임에도 봄기운은 간데없고 한낮에는 70~80도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봄과 가을이 너무 짧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목요일에는 2달 만에 봉성체를 갔다 왔습니다. 소문이 다 퍼져 본당신부가 중병이 걸린 줄 알고 걱정을 너무 많이 해 주셨습니다. 본인의 몸 상태보다는 본당신부 걱정해 주시는 어르신들의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우리 신앙공동체의 교우들께서는 부활의 삶을 잘 살고 계십니까? 오늘 부활 3주일의 복음은 루까 복음에 나오는 엠마오라는 동네로 가는 두 제자에게 예수님께서 함께 해 주십니다.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떨어진 곳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예순 스타디온은 7마일 거리입니다. 아마도 이 두 제자는 이제 각자 자기의 삶을 찾아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이 두 제자는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라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두 제자 중에 한 사람의 이름이 나옵니다. “클레오파스라는 이름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이기에, 예수님을 추종하고 따랐던 제자이지만 십이사도는 분명히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제자는 예수님에 관하여 며칠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그 후 부활하시어 여자들에게 나타나셨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다른 열두 사도와 함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각자 살아갈 길을 걱정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음이 분명합니다. 다른 제자와 함께 고향으로 가는 길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그들에게 당신에 관한 성경 말씀을 설명해주시고 성령을 주시면서 그들의 눈을 열어주십니다. 그것도 축복된 식사 자리를 함께하면서 예수님을 알아보았다고 오늘 복음은 전합니다. 예수님을 성경 말씀의 설명과 식사 자리에서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해 주셨다고 그 제자들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다른 제자들에게 전합니다.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부활 대축일을 지내면서 오늘 복음 말씀에서 만났던 제자들처럼 마음이 타오르는 체험을 하신 교우들이 분명히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왜 나에게는 그런 체험이 없나? 왜 나에게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삶에서 동행해 주시지 않는가?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런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복음 좋은 묵상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먼저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가 보면 좋겠습니다. 부활 축일을 지내면서 마음의 준비는 잘 하였는지....아니면 사순시기 동안에 나름대로 회개와 자선과 보속을 충분히 하였는지! 아니면 내 마음 안에 있는 미움과 분노와 원한 등이 제대로 해소되었는지, 마음으로부터 용서를 제대로 하였는지, 화해해야 할 사람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는 우리 자신의 모든 것을 들어냅니다. 나의 잘못, 나의 약점, 나의 감정을 그리고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의탁하면서 용서를 구합니다. 너무나 잘합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고개를 돌려 옆으로 돌리는 순간 그 마음, 그 감정, 그 태도는 순식간에 바뀌어버립니다.

 

십자가 앞에서 있는 우리 모습을 제대 위의 십자가가 아니라 나 자신이 눈으로 볼 수 있고 움직이며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게서 십자가를 보도록 합시다. 제대 위 십자가에 계신 예수님 앞에서는 언제나 한없이 약해지고 겸손해지고 스스로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나 자신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대 위 십자가에만 고정하지 말고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가족이나 친구, 서운한 점이 있었던 공동체 구성원, 미움이 가득한 사람에게서 십자가를 보도록 합시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신앙공동체 안에서, 같은 가족 안에서 함께 얼굴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 안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합시다. 그들에게 제대 위 십자가에 계신 예수님께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보여주듯이 내 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화해를 청할 수 있고, 남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의 허물을 먼저 볼 수 있고, 용서를 할 수 있고 동시에 용서를 청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와 동행하고 계십니다. 나와 함께 걷고 계시고 나와 함께 운전하고 계십니다. 나와 함께 우리 가게에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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