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4주일

 사순시기도 이제 중반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순 4주일은 사순절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회개와 자선의 삶을 지향하며 시작한 사순시기가 구원과 은혜의 시간으로 하느님을 체험하고 굳어져 가는 여정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저는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사순 5주일 미사에서는 교우들과 함께 미사 봉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혼자 미사하고 혼자 기도하는 가운데 광야에서 40일 동안 보내셨던 예수님을 만나곤 합니다. 은혜로운 사순시기에 더욱 매진하며 자신과 이웃의 구원을 위해 힘쓰도록 해야겠습니다.

 

오늘 사순 4주일의 복음은 태생 소경 치유에 관한 말씀입니다. 지난주 복음을 기억하십니까?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 장면입니다. 지난주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에서 사마리아 여인은 구세주를 만났음을 깨달았으며, 그 기쁨을 혼자 독점하기 보다는 마을로 내려가서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마을 전체의 주민들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구세주를 만났으며 예수님을 마을로 초대하여 이틀 동안 함께 지냈습니다. 그들에게 내적인 구원과 외적인 구원을 동시에 체험하였습니다. 지난주 복음을 기억해 보시고 마을 사람들이 받았던 은총이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묵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이방인 동네인 사마리아에서 그들과 머물렀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이런 맥락에서 복음을 읽었으면 합니다.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선천적인 소경을 보셨습니다. 이에 제자가 그의 장애가 누구의 죄로 인한 결과인지를 묻습니다. 전혀 관계없는 것이지만 유대인들의 통념이 그렇습니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 건강 또는 재산을 잃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제자의 질문에 예수님은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라고 대답하시면서 무슨 특별한 일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색다른 행위를 통해서 소경을 치유해 주십니다. ‘땅에서 침을 뱉고 그것으로 진흙을 개어 그 사람의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어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소경은 그대로 하여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생 최대 전환점(turning point)을 맞이하였습니다. 세상을 보게 된 소경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신기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놀라움(Amazing)과 경이로움을 체험하게 되었으며, 이제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인간 공동체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관계가 복원되었고, 친구 관계가 형성되었으며 무엇보다도 하느님과의 관계가 복원되었습니다. 하느님을 알게 되었고 가족을 만나게 되었고 공동체와 친교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치유해 주신 그분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고백을 합니다. 다름 아닌 당신은 저의 구세주이시고 예언자 이십니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고, 스스로 체험에서 마음으로부터 나온 고백입니다. 지난주 사마리아 마을의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고백한 내용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직접 듣고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소.”

 

오늘 복음이 치유 과정과 치유자의 고백으로 끝났다면 정말로 아름다운 복음이겠지만, 뒤이어 나오는 내용은 복음을 읽는 우리를 피곤하게 합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형식적인 율법주의에 매여 진정한 하느님의 사랑을 무시하려는 그들의 행위들은 정말로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보지 못하고, 아예 보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악의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치사함과 옹졸함을 보여줍니다. 어떻게든 예수님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그들의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얼마나 졸렬하면 치유된 소경에게서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니, 그의 부모까지 동원하여 어떻게든 자기들이 원하는 답을 얻으려고 하는 그들의 졸렬함에 혀를 차게까지 합니다.

교우들의 삶에서 이런 모습은 절대로 드러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확신합니다. 자신의 옹졸하고 치사스러움을 어디까지 경험해 보셨나요? 아니면 한 번도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남은 사순시기 적극적으로 회개와 극기와 절제에 매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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