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간 강론

 병원에 잘 갔다 왔습니다. 교우들의 기도 덕분에 무사히 갔다 왔습니다. 공동체의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이 되고 하느님의 은총이 한곳으로 다가옴을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우리의 기도가 필요한 곳으로 집중적으로 기도하고 하느님의 자비심을 청한다면, 누구나 그분을 체험할 수 있고 만날 수 있으며 그분의 은총 속에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두 주 금요일 십자가의 길은 펜데믹 이후에 처음으로 구역장님들이 봉사하였고, 10일 금요일은 Cockeysville 구역에서 자원으로 봉사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구역회 사정을 잘 모르지만 서서히 구역에 따라서 활성화되는 곳이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순 제3주일 복음은 유명한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장면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지만 모르시는 교우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너무 길어 짧게 읽으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는 많은 묵상 거리를 우리에게 던져 줍니다. 악습을 전통이라고 생각하며 고착되고 편협하고 재고할 수 있는 여유를 전혀 자신에게 주지 않고, 무조건 지켜온 악습을 과감하게 깨어버리는 예수님을 모습을 보게 됩니다.

 

성서학적으로, 유대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이 왜 상종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구약 시대 기원전 722년에 북이스라엘은 아시리아에 멸망하게 됩니다. 그때 북이스라엘의 수도가 사마리아였습니다. 이때 아시리아왕은 사마리아에 살던 사람들을 유배 보냄과 동시에 사마리아 도시에 아시리아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살게 하면서 사마리아 사람들은 그들과 혼인을 맺게 되면서 서서히 율법을 멀리하게 되면서 남쪽 유대인들과는 거리를 두게 되고 급기야는 더 이상의 하느님을 함께 믿는 종교 전통까지도 분리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전통이 예수님 시대에까지 내려오면서 유대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은 상종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들과 유대인들은 오십보백보였습니다. 남쪽 유다도 결국 586년경에 바빌로니아에게 멸망하게 됩니다. 성경적인 차원에서 보면, 두 왕국 모두 하느님을 배반하게 되어 그 벌로 멸망과 유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조상으로 받은 유전적인 원한과 미움으로 자연스럽게 사마리아인가 유대인은 상종하지 않았지만, 오늘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러한 전통 또는 악습에 구애받지 않으시고 오직 하느님 구원사업에 매진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사마리아인 마을로 들어가십니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의 초점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예수님을 자신을 계시하셨다는 것입니다. 메시아로서의 계시를 사마리아 여인은 그대로 믿었고, 예수님과의 만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나머지 마을로 가서 예수님에 관해서 말하면서, 새로운 믿음의 후보자들을 예수님께 데려옵니다. 그 결과 사마리아 사람들은 예수님을 마을로 초대하면서 함께 머무시기를 간청하였고 예수님은 이틀을 함께 지냈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주십니다. 하느님과의 만남은 영과 진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제자들은 놀라면서도, 그 대화의 내용이 무게가 있고 진솔하고 솔직담백하였기에 어느 제자도 악습을 거들먹거리며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는 하느님 아버지의 영과 진리 안에서의 대화였습니다. 아직도 자신의 아집과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습니까? 자신이 만들어 놓은 판단과 분별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자신의 것이 진정한 진리이고 영적인 것으로 생각하면서 고착되고 경직된 사고와 행동을 하지 않으십니까? 복음을 읽으면서는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삶의 현장에서는 아직도 과거의 악습을 전통이라 생각하면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자신을 돌아보도록 합시다.

흔히들 사순절을 구원과 은총의 시기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은총은 고착된 사고, 경직된 사고 편협한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나는 은총을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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