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새해가 시작된 지 8일째입니다. 새해 잘들 지내시리라 생각됩니다. 새해부터 코로나와 독감이 작년 말부터 해서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우들께서 특별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둘째 주일을 교회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냅니다.

 

얼마 전 신문과 방송에,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성탄 대축일인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 동안 휴전을 제의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동방 정교회가 주된 종교입니다. 동방 정교회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16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한 그레고리 달력이 아닌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 달력을 따르기에 모든 동방 정교회의 성탄절은 17일입니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은 성탄절을 맞이하여 휴전을 제안 하였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좋은 제안이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제안도 정치척. 군사적 목적을 가진 제안이라고 정치평론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2019년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 정교회(OCU)는 지난해 처음으로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에서 따르는 그레고리 달력 기준 성탄절(1225)을 도입하여 성탄 미사를 볼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합니다. 동방 정교회의 성탄절은 17일입니다. 공현 대축일은 119일에 지내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전례력은 공현 대축일을 지내면서 성탄 시기를 끝내고 돌아오는 주일부터는 연중 시기를 지냅니다.

 

공현(公顯, Epiphany)이라는 뜻은 보여주다(to show)’, 널리 알려주다(to make known), 드러내 보이다(to reveal)’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유대 민족 안에서 태어난 예수님을 멀리 동방에서 현자(magi)들이 찾아와서 경배하였다고 오늘 복음은 전합니다. 예수님을 찾아 온 현자들은 유대민족이 아닌 이방인들입니다. 이방인이 찾아와서 경배하였다는 의미는 예수님이 이제는 유대인들만의 구세주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민족의 메시아임을 공적으로 보여주심을 의미합니다. 베들레헴의 예수님 탄생 성당에는 세계 각지에서 그리스도교 종파에 관계없이 심지어 이슬람교인들까지 순례를 한다고 합니다. 특히 614년 페르시아인들이 이스라엘을 침범하였을 때 531년에 완공한 예수님 탄생 성당의 모자이크에 페르시아인의 복장이 있었습니다. 이 모자이크를 보고 페르시안 군인들은 성당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참배하였다고 합니다. 이 페르시아인들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동방에서 온 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을 찾아온 현자들은 각 종족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오직 별을 보고 각자의 나라에서 출발하여 마굿간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님을 찾아 왔습니다. 마구간에 도착한 현자들은 각자가 준비한 선물을 예수님께 드렸다고 복음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향과 몰약과 황금을 가져왔습니다. 교회는 황금을 예수님의 왕권을, 유향은 예수님의 신성함을, 몰약은 예수님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오늘 동방에서 현자들이 가져온 값비싼 선물은 아니더라도 세상에 공식적으로 드러나신 예수님께 무엇을 가져오셨나요? 성탄 대축일 강론에서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예수님께 우리 자신의 모든 약점과 부끄러운 점들을 모두 던져버리라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예수님께 우리의 온 마음을 선물로 드리면 좋겠다는 묵상을 하였습니다. 어떤 마음을 선물할지 교우들 각자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성탄 대축일 지내면서 구유에 누워 계시는 예수님께 우리의 가식과 위선과 탐욕과 헛된 욕심을 던지셨다면, 오늘 우리는 한해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 한해는 이렇게 살아보겠습니다하는 다짐을 선물로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진심 어린 다짐을 이 순간, 나 자신의 선물로 드리면 좋겠습니다. 비록 시간이 지나면서 오늘 드린 선물이 퇴색해지고 변질되고 때로는 무엇을 드렸는지 잊어버리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을 진정성을 가지고 드리면 좋겠습니다.

저는 올해 더욱더 저 자신을 위해서는 경건하게 살고 공동체를 위해서 더욱 헌신하고 교우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마음을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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