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 주일 강론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 지난 7일이었습니다. 24절기 중에서 19번째로써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섰다는 의미입니다. 교우분들께서 건강관리 잘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세상 종말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세상 종말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교회의 전례력이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다음 주일은 교회 전례력으로 마지막 해를 보내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 지내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11월 마지막 주일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대림1주일을 맞이합니다.

 

32주일 복음 말씀은 역사적 사실과 동시에 세상 종말에 일어날 현상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역사적 사실의 차원에서,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 승천 후 이스라엘에서는 66년에 유대인들이 로마 제국을 상대로 일종의 독립 전쟁을 일으킵니다. 1차 유대-로마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70년에 예루살렘이 멸망하고 성전이 완전히 파괴됩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이 함락되자, 예루살렘에서 쫓겨난 다른 유대인들과 그 가족들이(690) ‘마사다라는 요새로 피신하여 2년 동안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로마군에 대항을 계속합니다. 그러나 73년 실바 장군이 마사다 요새 바로 건너편에 같은 크기의 성을 쌓아 공격함으로써 결국 마사다 요새도 함락이 됩니다. 이때 저항군을 이끌었던 엘리에젤이 로마군의 칼에 죽는 것보다 자결하는 것이 더욱 영광스럽다는 제안으로, 가장이 가족들을 죽이고 끝으로 모인 가장들은 제비 뽑아 한 사람이 남은 가장들을 모조리 죽이고 자기도 자살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제1차 유대-로마 전쟁을 예언하셨습니다. 유대인들은 그 후로도 끝임없이 독립운동을 시도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였고, 결국에는 143년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서 예루살렘에서 모두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유대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할 때까지, 세계 각지로 흩어지는(Diaspora) 수모를 당합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 파괴를 유대인들은 세상의 종말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세상의 종말이라고 느끼는 것과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종말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에 대해서 제자의 질문에 답하십니다. 제자의 질문에 답하시면서, 첫째로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그들을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말씀은 어쩌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말씀하십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많은 격려의 말씀을 하시면서 어떠한 동요도 일으키지 말고 차분하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라고 당부하시면서, 마지막으로 부탁하십니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세상의 종말에 대해서 부산하게 요란하게 동요하지 말라는 말씀은 현실에 당당하게, 부끄러움 없이 그리고 초연하게 살라는 말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세상의 종말을 외치며 자신을 따르라고 사람들을 선동한, 예수님 표현에 따르면, 거짓 예언자들이 20세기와 21세에도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따랐던 사람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따랐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현실에 항상 불안, 불평 그리고 불만을 품고 살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처지를 항상 비관하며 마음속에는 분노, 원한과 미움이 가득 찬 사람들이었습니다. 과연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이러한 분류에 속한 사람이겠습니까? 아닙니다.

 

절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선동하는 현실에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좌절하고 슬며시 따라가고 싶은 충동이 내적으로 일어나는 그리스도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모두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품고 사는 분들입니다.

 

너희는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라는 말씀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고 힘을 얻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말씀하시는 인내(ὑπομονή)“의 뜻은 우리 신앙의 종말론적 방향의 관점에서 믿는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를 말합니다. 세상의 부조리와 세상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장애들을 넘어, 언젠가는 성취되어야 할 하느님 나라와 우리 개인의 구원에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내와 희망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에 가장 기본적인 신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인내와 희망을 가지고 겨울을 준비하고 지나가는 우리 삶을 잘 정리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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