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일 강론

  

11월이 시작되었습니다. 11월 한 달도 모든 교우분이 하느님 사랑 안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화요일에 우리는 모든 성인의 날 미사를 봉헌하였고 그다음 날은 위령의 날을 맞이하여 성당 묘지에서 위령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모든 성인의 날과 위령의 날 미사를 하루 사이에 거행하는 것은 교회의 오랜 전통입니다. 모든 성인은 하늘나라에서 하느님과 지복직관(至福直觀)하며 끝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곧이어 위령의 날 미사는 아직 하늘나라에 들지 못하는 죽은 모든 이들이 하루빨리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으로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를 바라면서 기도하는 날입니다. 성인들은 하늘나라에서 부활의 영광을 누리고 있지만, 부활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는 영혼들이 하루빨리 부활의 영광을 누리기를 지상에 있는 우리가 기도하는 날입니다.

 

오늘 연중 32주일 복음과 독서는 부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특히 제1 독서 마카베오 하권은 일곱 형제의 죽음에 관해서 서술하면서, 그들이 이교도에 맞서서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내세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것 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일곱형제의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 몇 사람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바리사이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으나, ‘사두가이라는 말은 처음 나오는 단어입니다. ‘사두가이는 예수님 시대에 일종의 당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의 대표적인 당파로는 핫시딤, 엣세느, 바리사이, 젤롯등이 있습니다. 이들 중 젤롯을 제외한 당파들은 종교적이고 신앙적인 모임이라면, 오늘 나오는 사두가이는 정치적 여당 성향이 뚜렷합니다. 유명인들과 부자, 대제관 가족과 귀족들이 서로 전혀 동질성이 없으면서도 여기에 속하였다고 합니다. 유대 국가의 마지막 70년간 정규적으로 권력의 최고 대표자인 대제관이 그들 가운데서 나왔습니다. 그들의 신학 사상은 모든 혁신을 거부하고 되도록 오경만을 구속력이 있다고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상 전통이라는 바리사이 해석 전통을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묵시문학의 종말론적 희망(부활 사상)에도 동참하지 않습니다. 사후에 이어지는 삶도 죽은 이들의 부활도 없고, 구원은 역사 안에서 실현된다고 주장하고 천사의 존재도 거부합니다. 말하자면, 옛 상태의 구약성서와 완전히 일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상을 가진 사람이, 일곱 형제의 이야기를 하면서 예수님에게 질문합니다. 이들은 부활 사상이 없기에 예수님의 대답을 자동적으로 부정하며 그저 말꼬리를 잡으려고 합니다. 이들에게 하늘나라는 완전히 장소 개념으로 이해하면서 예수님을 골탕 먹이려고 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관해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는 장소 개념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 개념이며 상태 개념이라는 뜻으로 말씀하십니다.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 받은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 말씀은 가톨릭 교회의 사후 세계에 대한 교리입니다. 하늘나라는 하느님과 완전한 관계에 있는 상태이며 인간의 사고를 초월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옥이라는 개념은 하늘나라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하느님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예수님은 하늘나라가 이 세상에서 이미 시작되었고 너희 가운데 있다”(루까17, 21)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이미 저세상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을 얻었고, 그 자격을 이 세상에서 시작하여 저세상을 향하여 완성해 가는 진행형에 있습니다. 하늘나라는 인간이 제한된 생각을 가지고는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그러기에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 독서에서 하늘나라를 향해 가는 우리에게 격려해 줍니다. “그리스도께서 친히, 또 우리를 사랑하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영원한 격려와 좋은 희망을 주신 하느님 우리 아버지께서, 여러분의 마음을 격려하시고 여러분의 힘을 북돋우시어 온갖 좋은 일과 좋은 말을 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이 말씀 그대로 우리도 우리의 삶에서 서로에게 힘을 북돋우어주고 온갖 좋은 일이 서로에게 생기도록 기도하고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 그 순간부터 저세상, 즉 하늘나라에 한발 다가가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는 하늘나라입니다.

그 출발은 서로에게 좋은 일이 생기도록 기도해주고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주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도록 산다면 우리는 하늘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좋은 일이 생기고 좋은 말이 오고 가며 좋은 생각으로 살아가는 11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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