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

 9월 첫 주일입니다. 9월에도 교우분들이 하느님 사랑 안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낮 햇볕이 따갑고 덥지만 불어오는 바람에서 가을바람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9월은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는 순교자 성월로 봉헌하고 있습니다. 한국 순교자들을 묵상하는 9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주 22주일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인간 본능의 하나인 명예욕까지도 뛰어넘을 것을 말씀하시면서 자신을 낮추면 하느님과 타인들에 의해서 높여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지난주 말씀에 이어서 자신의 십자가를 져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예수님 이전의 십자가는 무엇을 상징한 것입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저주의 상징입니다. 역사적으로 십자가는 페르시아인들이 고안해 낸 사형 도구였습니다. 이 십자가의 사형 제도은 페르시아인들이 만들었고 알렉산더 대왕과 그 후계자들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로마 제국 시대에 와서도 그대로 시행되었습니다. 로마 제국에서는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 십자가형을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그 외의 제국의 식민지 사람들에게는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로마 제국에 반기를 드는 사람에게 특히 많이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십자가형을 당한 예수님은 로마 제국에는 국가 전복의 반기를 던 역적으로 그리고 유대인들에게는 하느님을 모독한 신성 모독죄로 십자형을 받았습니다.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죄인은 자신이 직접 십자가를 지고 형 집행장소까지 가야 했습니다. 십자가 형벌은 극악무도(極惡無道)한 죄인에게 내리는 최고의 형벌이기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수치스러운 형벌이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예수님이 이 십자가를 지고 가셨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죽음이 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부활 사건으로 연결되었기에, 더 이상 그리스도교인들에게는 수치가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 오는 시련과 삶에서 짊어지고 가야 하는 고달픔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가 그러했듯이 십자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엄청난 기쁨과 행복으로 이어지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인생에서 각자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따라오기를 당부하십니다. 이 십자가를 거절하는 사람은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없음을 명시하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는 다른 표현으로 가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주어지는 십자가를 거부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가족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추종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십자가를 지고 갑니다. 이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십자가를 같이 들고 가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와 가족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때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족이 되기 위해서 핏줄까지도 과감히 포기하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 역시 어머니 마리아와 친척들을 과감히 포기하신 분입니다(루까 8,19-21참조). 예수 그리스도의 가족으로 살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게 여기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과연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서 핏줄까지도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습니까? 우리는 포기하는 그 순간, 포기하는 그 결단의 순간에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받는 더 많은 은총을 체험할 것입니다. 현실의 순간적인 이익, 순간적인 양심의 가책을 버리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아야 예수 그리스도의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십자가의 고통을 경험한 분들도 많을 것이고 지금도 그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내 던지고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지금도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자기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버리지 마시고 인내를 가지고 짊어지고 가도록 합시다. 내 십자가가 제일 무겁고 버겁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는 상대적임을 잊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가 당당하게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 갈 때 예수님께서 우리의 십자가를 같이 짊어주십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십자가가 너무 무겁다고 하소연하면서 같이 좀 들어달라고 기도하십시오. 애원하는 가족에게는 십자가의 무게를 다른 방법으로 가볍게 해 주실 것입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가볍게 해 주시기를 간청하는 9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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