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성혈 대축일

 오늘은 지극히 거룩한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지난주 목요일에 제가 부임하고 처음으로 봉성체를 하였습니다. 물론 성당 아파트나 로리엔 양로원에는 이미 했습니다. 그러나 집에 계시는 분들은 지난 목요일에 처음 방문하여 기도와 성체를 영해 드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봉성체를 하면서 많은 묵상 거리를 마음에 담고 돌아왔습니다. 특히 오늘 성체 성혈 대축일 지내면서 더욱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봉성체를 하면서 집에 계시는 분들이 얼마나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간절히 바라고 계신지를 보았습니다.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들이, ‘운전만 할 수 있어도, 다리에 힘이 조금만 있어도, 성당에 갈수 있는데....너무 죄송합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예수님의 몸을 영하게 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하는 말씀들을 한결같이 하셨습니다. 길게는 50년 짧게는 20년 신앙생활 하면서 주일에 의무적으로 미사에 참여하고 습관적으로 성체를 영하였지만, 현재는 육신의 허약함과 육신의 고통 때문에 성당에 오지 못하는 것이, 결코 그동안의 신앙생활이 의무적이고 습관적이 아니었음을 모두가 깨닫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성체를 모시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영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이 되고, 살아가는데 활력을 불어넣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건강하게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성체를 영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축복인지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성체 성사의 근거는 공관복음서에 모두 나오고 오늘 제2독서인 코린토 1서에도 나옵니다(마태26, 26-29, 마르14, 22-26. 루까22, 14-20. 1코린11, 23-26). 요한 복음서에는 성찬례 제정 대신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한 요한복음의 648-59절의 말씀에서 우리는 성체 성사의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성체 성사는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가 거행하고 있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성찬례를 거행하지 않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지만 해석을 다르게 하기에 성체 성사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개신교에서는 1년 몇 차례 성찬례를 거행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주, 매일 거행하는 미사는 성체 성사의 거행입니다. 가톨릭교회의 7가지 성사 중에서 최고의 정점에 있는 성사는 바로 성체 성사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과 예수님을 믿는 모든 사람과의 가장 중요한 친교와 사랑의 관계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사에 참여하면서도 성체를 받아 모시지 않는 것은 완전한 미사에 참여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말씀하신 이 명령은 단순히 마지막 만찬에서 행한 그 예식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서 사제의 손을 빌려 예수님께서 직접 거행하시는 만찬임을 꼭 기억하였으면 합니다.

과거 로마제국의 박해 시대에는 이 성체 성사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로마제국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사람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야만적인 행위를 한다고 하면서 박해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서기 177,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치하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이 대대적인 박해를 받았을 때 고소당한 죄목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성체 성사의 거행에 있어서 단호하게 과거에 행한 것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고 사제를 통해서 오늘 이 순간에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재현되는 성사 거행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미사에 참여하는 것은 그 옛날 마지막 만찬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그 명령에 충실하게 참여하는 것입니다. 성체 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친교와 그분의 사랑의 절정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우리 안에 받아 모시면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 그분의 말씀과 성체 성사를 통해서 살아갈 영적인 힘과 육체적인 활력을 받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매번 미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교우들 축복해주시고 삶 안에서 영적인 힘과 육체적인 활력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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