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더운 여름 잘 지내십니까? 지난 수요일 밤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엄청나게 쏟아졌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관리 잘하시기를 바랍니다.

 

지난주 성령강림 대축일 지내면서 성령께서 우리 각자에게 맞는 은사를 주셨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성령께서 주신 은사는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키워나가야 함을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립니다. 주신 은사를 잘 사용하시고 키워나가시기 부탁드립니다.

교회는 성령강림 대축일 다음 주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냅니다. 작년 삼위일체 대축일 강론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오늘 대축일은 부활 대축일, 승천 대축일, 성령 대축일과는 다른 위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명 이념 축일이라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축일들은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대축일입니다. 그러나 오늘 지내는 삼위일체 대축일은 사건이 아니라 인간에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만드는 지성의 활동을 요구하는 축일입니다. 교회는 성경의 말씀과 교부들의 해석으로 지성을 작용하여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믿음이 더욱 충만하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은 우리의 지성으로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교리의 신비를 더욱 믿음으로 성화시키기를 교우들에게 바라고 있습니다.

 

성경에 구체적인 삼위일체에 대해서 언급한 경우는 없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삼위일체 교리의 정의는 하느님께서는 본체는 하나요 위는 셋이다(Una Essentia Tres Persona).’ 역사적으로 이 삼위일체 교리가 정착하는데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논쟁과 때로는 거친 행위들이 동원되는 아픈 역사가 있었습니다. 결국, 이 삼위일체의 신앙고백은 우리가 매일 기도나 전례예식 전에 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로는 성호를 긋는 것이 우리의 삼위일체 신앙의 고백이다. 다시 말해서, 간단하게 셋이면서 하나인 하느님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지극히 거룩한 삼위일체의 신비는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핵심적인 신비다”(가톨릭 교리서, 261). 이 삼위일체 신앙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계시하신 많은 계시들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이기에, 교회는 신비(mysterium)’이라고 가르친다.

 

아일랜드의 선교사인 성 빠뜨리시오(Patrick)는 삼위일체 교리를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위해서 세 잎의 클로버를 사용하였습니다. 한 줄기에 세 가지가 있는 클로바 잎을 통해 삼위일체 교리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오늘날, 성패트릭데이에 사람들은 초록색으로 얼굴에 클로버를 그려 넣고, 강물에는 초록색 물감을 풀고 있습니다. 위대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삼위일체 교리를 연구하던 중에 머리가 너무 복잡하여 바닷가를 산책하였습니다. 산책중에 성인은 백사장에서 작은 웅덩이를 파고 바닷물을 부지런히 가져다가 웅덩이에 붓고 있는 꼬마를 발견하였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보고 있다가, 무엇 하는지는 물었습니다. 저 바닷물을 이 작은 웅덩이에 다 붓고 있다고 말하니,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성인이 꼬마에게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꼬마는 당신은 어찌하여 크나큰 하느님의 신비를 한계를 가진 인간의 이성으로 풀려고 하느냐고 응답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그 꼬마는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말에 성인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다고 합니다. 그 만큼 삼위일체 교리를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교리입니다.

 

따라서 우리 인간은 초월적인 신비의 존재이신 하느님 앞에서 더욱더 자신의 모습을 겸손되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내면서 교황 베네딕도 16세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삼위일체 교리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겸손하게 고백하는 것만이 참 앎이며 헤아릴 수 없는 신비 앞에 경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합당한 신앙고백이 되는 그런 영역이다. 사랑은 언제나 신비(Mysterium)’. 사랑이란 헤아릴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현실이다. 그러므로 사랑 그 자체인 창조되지 않은 영원한 하느님은 그 무엇보다도 신비일 수밖에 없다. 아니 바로 신비 그 자체인 것이다.”

우리가 고백하는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교우분들에게 축복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한가위 미사

연중 제7주일

연중 제31주일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