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 강론

 올봄에는 비가 정말로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만 하더라도 비가 며칠 동안 왔습니다. 봄에 비가 많이 오면 옛날부터 올해 농사는 잘되겠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공동체도 여러 가지 농사가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오기 전에 한국에서 영화 두 교황을 선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와서 우연한 기회에 후배 신부가 와서 사제관 T.V.에 네플렉스(netflix)를 보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른 영화 두 교황을 보았습니다. 정말로 잘 만들었다는 영화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는 흥행에 실패하였지만,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감명 깊은 영화였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기에, 교황직에 대해서 조금의 지식만 있어도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비평가들은 교황으로 선정된 두 배우가 현재의 두 교황님과 너무나 외모와 캐릭터가 잘 맞는다고 평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영화의 핵심은 중대한 결정을 두고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주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두 교황의 모습을 감명 깊게 담았습니다. 일반인인 우리가 생각하기에 교황이라면 좀 더 다를 것 같지만, 두 사람 역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찾으려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언제부턴가 주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것이 고통스러워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늘 주님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힘으로 살아왔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영화는 기도 후 초를 끄자 연기가 위로 올라가지 않고 밑으로 내려가는 기현상으로 그려냅니다. 교황은 사소한 일까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주의 깊게 바라봅니다. 당시 바티칸에서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고 급기야 비서가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베네딕토 교황은 이 상황을 지나치지 않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해결되지 않고 쌓여가는 교회 문제를 고민하던 교황 베네딕토는 교황 직분 내려놓기로 마음먹습니다. 또한 베르골리오 추기경 역시 자신의 교구장 직분을 내려놓고 평신부로 돌아가서 살기로 이미 정하고 교황청에 사임을 제출하고 허락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로마 교황청에서 서로 만난 두분은 서로에게 솔직하게 고해성사를 청합니다.

 

드디어 만난 두 교황의 대화는 영화의 백미다. 안개 속에 가려진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두 교황의 대화로 이어지는 영화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을 텐데 점점 빠져들고 맙니다.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대화는 간결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이 명확하게 표현합니다. 워낙 다른 의견을 갖고 있기에 날 선 대화가 충돌하기도 하지만, 견해가 다름에도 열린 대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상대방 말을 들으려고 하는 보이지 않는 마음이 작동합니다. 솔직하게 말하고 조건 없이 들음으로써 가톨릭 교회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아마도 하느님은 이 두 분을 통해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씀을 전하였던 것 같습니다. 비록 아직도 진행 중이고 끝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늘의 복음의 첫 구절에서 예수님은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양들이기에 우리 자신들은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계십니까? 들으려고 귀를 기울입니까? 어쩌면 귀를 기울이는 척하면서 나의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닙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반드시 그분에게서만 오는 게 아닙니다. 부모에게서 오기도 하고, 자식에게서 오기도 하고 친구에게서 오기도 하고 미움의 대상에게서 오기도 합니다. 마음에 남은 나의 분노와 미움, 나의 선입견, 편견, 교만과 오만이 있으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을 수 없습니다. 듣기 전에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연습부터 하는 게 옳습니다. 누구에게나 내려놓을 것이 많이 있습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듣을 수 없다고 한탄하시는 베네딕도16세도 교황직을 내려 놓겠다고 결심하셨습니다. 하물며 우리야 내려놓을 것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무엇부터 내려놓을까 고민하는 한 주간 되었으면 합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한가위 미사

연중 제7주일

연중 제31주일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