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부활 대축일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함께 기뻐하며, 우리 교우들 몸과 마음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부활의 평화와 희망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서기 3047일 금요일 오후 3시에 예루살렘 성 밖 골로타라는 언덕에서 십자가형에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 그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하였던 제자들은 모두 각자의 삶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제자들에게 남은 것은 실패, 절망, 어두움, 후회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붙잡아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제자들은 자기의 앞날을 걱정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소문은 다름 아닌 십자가형을 받아 비참하게 죽은 스승님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마리아 마저도 어중간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 소문이 헛소문일 것이라고 단정을 지은 것은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께서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여인에게 나타난 것입니다. 오늘 대축일 미사의 복음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오늘 복음에 이어서 나오는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른 아침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혼자서 무덤을 찾아간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머니 마리아에서부터 다른 제자들은 아들과 스승의 무덤을 보러 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으로부터 새롭게 인생을 살게 된 마리아 막달레나만 걱정이 되어서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막달레나의 마음이 인간 된 도리로서 찾아간 것은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넘어서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인지상정(人之常情)할 수 있겠습니다.

 

제자들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절대로 아니라고 하였을 것입니다. 왜 하필이면, 주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셨냐고 의문을 가집니다. 어머니 마리아도 계시는데, 어머니에게 먼저 나타나시는게 맞지 않냐고 서로 수군거리면 믿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어머니에게 먼저 나타나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은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순간 아무 보잘것없는 우리에게도 나타나십니다. 우리가 주님의 부활을 함께 경축하고 기뻐하는 이 잔치를 거행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확신하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제 우리에게는 신앙의 그리스도로 다가오십니다. 역사상에 존재하신 인간 예수를 넘어 믿음과 구원의 주체이신 그리스도로 우리 각자에게 다가오십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다가오신 그 모습으로 우리 각자에게 오십니다. 회개, 용서와 나눔의 삶을 사는 사람에게만 오십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오셨지만, 우리의 완고함과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교만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단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함을 기억하였으면 합니다.

 

오늘 부활 대축일을 함께 경축하고 기뻐하면서, 우리 개인이 변화고 우리 신앙 공동체가 더욱 밝고 힘차고 신바람 나는 공동체로 거듭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회개만을 추구하지 않고 공동체 전체가 회개하고 변화하면 좋겠습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공통의 지향을 가지고 기도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공동체에 서로 상처를 용서하게 해 주시고 미움과 서운함을 용서와 사랑으로 바꾸어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희망, 사랑이 모든 교우들에게 풍부히 내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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