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주일 강론

 성당 화단에 꽃들이 핀 것을 보고 이제는 정말로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꽃들이 피고 잔디의 색깔이 파릇파릇하게 올라 오는 것을 보면서 생명이 살아 숨을 쉬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순시기가 겨울에 시작하여 40일이 지난 시간은 부활을 알리는 동시에 봄의 정취를 물씬 느끼는 시간임을 아는 것이 행운이며 축복이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사순시기의 절정인 성지주일이고 월요일부터는 성주간을 지냅니다. 공식적인 차원에서 사순절이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여 이번 수요일로 끝이 납니다. 성목요일부터는 성삼일이 시작됩니다. 원래 성삼일은 성 금요일과 성 토요일. 부활 주일로 이루어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 박히심과 죽음,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였습니다. 즉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각각 따로 떼내어 기념하기보다 부활과의 연관 속에서 함께 기념하였습니다. 그러나 중세에 와서 성삼일의 개념이 구세사(救世史)적인 의미보다 복음서에 나타난 역사적인 사건을 기념하는 날로 바뀌게 되자, 성 목요일도 예수님의 최후만찬, 즉 성체성사 설정과 예수님의 체포를 기억하는 날로 성삼일에 포함하게 되었고 콘스탄티누스 평화 이후 빠스카와 관계있는 날들의 고유한 면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하여 3일로 구분하여 구원사업의 여러 요소를 분해하였습니다. 인류구원과 하느님의 완전한 현양(顯揚)사업을 예수께서 주로 당신의 빠스카 신비로 완성하셨다. 즉 당신이 죽으심으로써 우리의 죽음을 소멸하시고, 당신이 부활하심으로써 생명을 되찾아 주셨다. 이것이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빠스카 3일이며, 전례주년의 정점으로 빛나는 성 금요일, 성 토요일, 빠스카 축일이다. 부활 전 3일은 부활 사건을 체험할 수 있는 전례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지주일은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신 그 장소가 되는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신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미사 전에 성지 가지를 축복하고 그 다음에 읽은 루까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시는 예수님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우리 자신을 나귀를 타고 오시는 예수님을 환영하는 군중이나 제자들 사이에 넣어 보십시오. 군중들을 따라서 우리 자신도 그분을 환영하며 어떤 교우분은 자기의 옷을 그분이 지나가는 자리에 깔아두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사건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기에 네 복음서에 모두 나오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빌라도의 법정에 선 예수님에게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친 사람들로 변화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비록 어떤 이들은 군중심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소리친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진심으로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습니다. 우리 자신은 어느 분류에 속한 사람이었습니까? 끝까지 그분 곁에서 지킨 사람들은 불과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자기 겉옷을 나귀 등에 펴준 제자들까지도 법정에 선 예수님을 두고 이미 모두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도망간 제자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더 이상 스승 예수에게서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을까요? 3년 동안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스승 예수님에게서 무엇을 얻기 위해서 따라다닌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세상의 권력을 원하였을까요? 아니면 재물을 원하였을까요?

 

우리는 예수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살면서 그분께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제자들과 많은 군중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예수님을 만나고 살았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또 다른 예수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예수님에게서 세상살이 안에서 오직 권력과 재물과 안전만을 요구하고 살아왔다면, 우리는 정말로 잘못 사는 것입니다. 이미 한번 세례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철저하게 추종하면 살겠다고 다짐했다면 그분이 우리에게 주시는 모든 것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에게 닫쳐오는 시련, 아픔, 절망 등은 그분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나의 탐욕이 만들어 낸 것이고 나의 욕심이 만들어 낸 것이며 나의 교만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2022년 마지막 사순시기의 성주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더 결단을 다짐해 보았으면 합니다. 예수님은 절대로 우리가 당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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