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일 강론

3월 첫 주 주일입니다. 2월의 햇살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만큼 따뜻합니다. 그래도 아직도 겨울이기에 쌀쌀함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3월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축제를 맞이하기 전에 필연적으로 지내야 할 사순절을 먼저 맞이하였습니다. 지난 재의 수요일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 사순절이 매우 은혜로운 시기이며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이라고 하였습니다. 볼티모 순교자 본당의 모든 교우들이 사순시기를 잘 보내시기를 기도합니다.

 

모두가 잘 아시는 것처럼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함께 동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성서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40은 여러 차례 언급되는데, 이는 중요한 사건을 앞두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준비·정화한다는 의미의 상징적인 숫자를 가리킵니다.

 

실제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복을 내리고 계약을 세우시기 전 40일간 밤낮으로 비를 내려 의롭지 않은 죄인들을 벌하셨습니다(창세 7). 이스라엘 자손들은 이집트에서 나와 가나안 땅 경계에 다다를 때까지 광야에서 40년이 걸렸고(탈출 16,35), 모세는 하느님의 율법과 계명이 기록된 판을 받기 위해 시나이산에 올라가 그곳에서 40일을 지냈습니다(탈출 24,12-18). 엘리야도 하느님 계시를 받기 위해 천사가 준 음식으로 40일을 걸어 호렙산에 이르렀고(1열왕 19,8), 에제키엘은 하느님 말씀을 따라 유다 집안의 죄를 짊어져 40일 동안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누웠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에제 4,6).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악마에게 유혹받으셨고(루카 4,2), 부활 후 40일 만에 승천하셨다.(사도 1,2-3) 이렇게 40이라는 숫자는 신·구약을 통틀어 봐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숫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순절 제1주일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유혹받으시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악마로부터 받은 세 가지의 유혹을 주의 깊게 들여가 보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에 도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40일 동안 광야에서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상태에 계시는 예수님에게 악마는 예수님의 식욕을 부채질합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식욕을 가지고 시험합니다. 여기에 예수님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씀으로 물리치십니다. ‘인간은 빵으로만 살지 않는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이전에 하느님의 존재로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두 번째는 권력에 대한 욕구로 도전합니다. 권력과 명예를 제시합니다. 어느 누구도 권력과 명예를 싫어 하지는 않습니다. 이 또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그러나 권력과 명예 역시 하느님에게서 나옴을 예수님은 말씀하시며, 권력과 명예에 속박되지 않기를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권력과 명예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사는 것입니다. 필요할 때만 주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분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사는 것입니다. 마지막 유혹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시험하라는 내용입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 때로는 하느님의 뜻을 따를 것인지 세속의 이익을 탐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당연히 하느님의 뜻과 양심을 따라야 하지만 눈앞의 이익과 탐욕을 따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당연히 눈앞의 이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이것은 결국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이고 나의 욕심을 채우는 것입니다. 흔히들 사순시기를 속죄와 정화의 시간이라 합니다. 나 자신을 정화를 시키는 차원에서라도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사순시기에 주일을 잘 지키는 것도 좋은 정화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과감하게 나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속죄와 정화의 시간을 보내도록 합시다. 고해성사를 이 사순시기에 꼭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자신 정화의 출발점은 고해성사입니다. 깊은 성찰을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사순시기 시작하는 교우들에게 하느님의 강복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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