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새해 인사 다시 드립니다. 2022년에도 우리 교우분들이 하느님 사랑 안에서 많은 축복 받으시기를 기도합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2022년 되시기를 바랍니다. 온 세계가 코비드 공격을 받은 지가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습니다만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힘겨운 2022년이 될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 잘 추스르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성탄 시기를 끝내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Solemnity of the Epiphany of the Lord). 오늘 축일은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세상에 드러나신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동방 정교회(Orthodoxy Church)는 1월6일을 성탄 대축일겸 공현 축일로 지냅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오늘을 작은 성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공적으로 세상에 나타나심을 뜻하기에 우리는 공현(公顯) 대축일이라 부릅니다. 이 공현을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동방으로부터 온 현자들의 방문입니다. 이들은 유대인들이 아니라 이방인들을 대표합니다. 이 현자들의 방문은 예수님의 탄생이 오직 유대인만의 구세주가 아니라, 온 인류의 모든 민족의 구세주이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Epiphany는 Manifestation과 같은 뜻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동방에서 온 현자(magi)들로부터 인사를 받으시며 그들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습니다. 현자들의 이름은 멜키오르 (Melchior)으로 황금을 바쳤다고 합니다. 이는 예수님의 왕권을 상징하는 노인 모습의 현자입니다. 두 번째 현자는 발타사르 (Balthasar)로 몰약을 바쳤습니다. 이는 아기 예수님 미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상징하는 중년 모습의 현자이며, 세 번째 현자는 카스파르 (Caspar)로서 유향을 바쳤습니다. 신성, 사제를 상징하는 청년 모습의 현자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전설에 의하면 네 번째 현자가 있다고 합니다.
이 네 번째 현자도 다른 현자들처럼 값비싼 선물을 준비하여 세 현자와는 다른 길로 왔습니다. 이 현자는 아기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여러 불쌍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석을 하나하나 내어놓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별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러나 별은 그리 쉽게 찾을 수가 없어서 마침내 점점 여위어갔습니다. 그러나 아기를 찾아가는 여정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타인을 위해 자신이 노예가 되어 노예선에 팔려 가게 됩니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몇십 년이 흘러 그는 노예선에서 나오게 되었고, 그리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고 다시 밝은 빛의 광채가 빛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는 그 별을 따라가다가 마침내 30년 전에 찾았던 아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기는 온데간데없고, 이제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예수님을 보고 그분께, 이분이 모든 일류의 왕이며 이 세상의 구세주라고 고백과 함께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십자가 위에 계시는 예수님은 그의 눈을 보았고 그의 몰골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잠시나마 예수님과 네 번째 현자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서로에게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네 번째 현자는 ‘주님! 제가 드디어 주님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드릴 선물이 없습니다’. 이렇게 속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렸습니다. 그 후 예수님의 메시지가 그에게 왔습니다. ‘너는 아주 훌륭한 선물을 나에게 해 주었다. 네가 나에게 오면서 너의 선물을 베풀었던 그 사람들이 바로 나다’라는 말씀이 그에게 전해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러시아의 작가 에자르트 샤퍼가 쓴 ‘네째 왕의 전설’이라는 내용입니다. 이 네 번째 왕의 전설이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우리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보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각자는 태어나서 예수님에게 부르심을 받아 세례를 받은 이상, 네 번째 왕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전설에 나오는 네 번째 동방에서 온 현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 주님 앞에서 우리의 선물을 드릴 수 있나요? 아직 여정 중에 계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이미 나는 선물을 드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2022년을 새로 시작하면서 우리 자신이 좀 더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그래서 그분께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드릴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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