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
오늘부터 교회의 전례력은 성탄 시기가 끝나고 연중 시기로 들어갑니다. 대림 시기 동안 우리는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렸고, 성탄 시기 동안에는 이 세상에 인간으로 오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오신 예수님을 마음을 다하여 기쁨을 표현하였습니다. 이제는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메시아로서 공적인 활동을 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그분을 열심히 따라다니며 그분께서 베푸시는 무한한 은총을 많이 받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는 이때, 우리 모두에게 몸과 마음이 건강하도록 은총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루까 복음을 우리는 읽습니다. 루까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세례 장면이 아주 간단하게 나옵니다. 지난해, 주님 세례 축일 강론에서 세례 장면은 공관복음에 모두 나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공관복음 세 군데에서 나온다는 것은 예수님의 세례가 얼마나 중요한 사건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세 복음서를 자세히 비교해 보면 좀 다른 면들이 있습니다. 복음서 중에 가장 먼저 쓰인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께서 요르단으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마르1,9)고 전합니다. 그다음에 쓰인 마태오 복음은 마르코 복음을 참조하면서 조금 더 첨가합니다. 마태오 복음에 의하면, 요한은 자기에게 오시는 예수님에게, “제가 선생님에게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마태3,14). 이에 예수님께서는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라고 응답하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이에 반해, 루까 복음은 마르코와 비슷하게 아주 간략하게 전합니다. 또한 두 복음서와 다른 것이 루까 복음에서는 나옵니다.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라고 서술합니다. 이 구절은 다른 복음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왜 루까 복음 저자는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셨다고”라는 표현을 하였을까요? 그것은 다름이 아닌,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과의 친밀한 연대성(solidarity)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성서학자들은 말합니다. 비록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거룩하시고 죄가 없는 분이시지만, 세상 사람들과 친밀하고 분명한 연대성을 가지고 계시기에 스스로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하느님의 의로움을 인정한 사람들, 즉 요한의 설교를 듣고 그에게 세례를 받은 사람들, 심지어 죄인이라고 낙인찍힌 세리들까지를 하느님의 의로움을 인정했다고 하였습니다(루가7,9). 그러기에 예수님 역시 죄인들을 부르시고 그들 역시 하느님의 창조물임을 인정하시고 같이 식사하시고 함께 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예수님께서도 스스로 세례를 받으러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 세례의 결과는 오늘 복음 마지막에 나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하느님의 음성이 세례의 결과를 말해줍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예수님 인생에 있어서 제2의 출발입니다. 세상에 태어나심이 제1의 출발이라면 세례는 메시아로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시작이기에 제2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생활의 시작은 나자렛에서 살았던, 가족 안에 살던 예수님이 아니라 메시아로서 하느님을 전하고 모든 사람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아주 중요한 직무를 가지고 계십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가장 우위에 있는 것은(Priority) 하느님 나라의 선포이고 모든 사람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세례의 본보기를 우리에게 보여주심으로써, 우리 역시 그분께서 우리를 불러주셨기에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세례성사로서 우리는 예수님과 아주 친밀하고 분명한 연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 안에서 최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톨릭이라는 종교는 철저하게 예수 추종의 종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추종하지 않으면 이자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는 철저하게 그분을 추종해야 합니다. 삶의 최우선 순위를 예수 그리스도 추종에 두십시오. 그리고 그분을 따르십시오. 그 외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십니다. 고달픈 인생살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무리 기도해도 들어주지 않으신다고, 나에게만 이런 시련을 주신다고 불평하지 마시고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어 예수 그리스도를 추종하십시오. 그 외에 필요한 것을 마련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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