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밤 미사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복음 말씀에 따라서 하늘의 수많은 군대를 대신하여 교우 여러분들게 인사를 전합니다. 다시 한번 인사를 전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볼티모 한인 성당의 하느님 마음에 드는 여기 오신 모든 분들에게 평화.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축하 드린다는 인사말은 다름이 아니라, 여기 오신 교우분들이 하느님 마음에 들어서 축하드린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옛날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보러 온 목동들에게 하늘의 천사는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은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보러 오셨기에 이 축하 인사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분들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하면, 예수님 시대의 로마 황제는 아우구스투스라고 복음은 전해줍니다. 이 사람은 옥타비아누스라는 황제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옥타비아누스는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남편 안토니우스와의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하여 로마 제국 최초로 황제가 된 인물입니다. 황제가 된 후 로마 원로원은 그에게 아우구스투스라는 별칭을 주었습니다. 그 뜻은 존경할 만한(revered, venerable)이라는 의미입니다.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는 자기를 신으로 칭하였습니다. 기원전 42, 그는 스스로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라고 칭하였으며 평화의 창시자라고 칭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훗날 그리스도교가 예수님께 드린 칭호를 먼저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섭리가 서려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아우구스투 황제의 통치는 흔히들 말하는 로마의 평화시대(Pax Romana)의 시작을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셉은 마리아를 데리고 호구조사의 등록을 위해서 고향 베들레헴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호구조사는 다름 아닌 인구조사이지만, 그 속에는 로마 제국이 세금을 더 많이 거두기 위한 술책이었습니다. 식민지 백성으로서, 요셉과 임신한 마리아는 제국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기에 요셉의 고향, 베들레헴은 사무엘이 다윗 임금을 기름 부어 이스라엘 왕으로 삼은 그 동네입니다(1사무16:1-13). 이것으로 요셉도 다윗의 후손이요, 예수님도 다윗의 후손임이 드러납니다.

하느님의 숨은 섭리는 예수님과 그 당시 통치자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비교에서 잘 드러납니다. 황제는 스스로 신이라고 칭하지만,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에게서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황제는 호화로운 궁궐에 살지만, 예수님은 가장 낮은 말들이 사는 마굿간에서 태어나셨으며 태어난 후 포대기에 싸여 말들이 먹는 여물통에 누워 계십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고 가장 보잘것없이 보입니다. 그저 불쌍하고 동정 어린 눈으로 볼 뿐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보잘 것 없는 곳에 하느님의 심오한 섭리가 있음을 보면 좋겠습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는 바라보기 때문입니다(2코린 4,18).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분명히 우리에게는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예수님 탄생 미사가 과거의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년 참여하는 성탄 미사가 아닙니다. 우리 각자는 작년 성탄 미사에서 만난 아기 예수님과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는 아기 예수님과는 달라야 합니다. 오늘 이 미사는 과거를 현재로, 오늘 이 자리에서 재현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천사들의 소리를 들은 목동들이 기쁨에 겨워하듯이 우리도 천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의 탄생 소식을 듣고 마음으로부터 기뻐해야 오늘의 이 자리, 이 미사가 의미가 있습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 마음을 다해 경배드리며, 우리의 분열된 마음, 미움이 가득한 마음, 하느님 보다 세상 놀이에 기쁨을 더 가지는 우리 자신을 반성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마음을 갖도록 합시다. 주님! 주님의 탄생으로 저 자신이 진정으로 기뻐하게 도와주시며, 그동안 교만한 마음, 미움이 많은 마음, 분열된 마음들을 가져가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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