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일 강론
2022년 새해도 벌써 중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이 벌써 셋째 주 주일입니다. 우리 교우분들은 올해는 어떤 삶의 목표를 정하셨나요? 나이가 많아서 삶의 목표가 필요 없다는 분도 계실 것이고, 아니면 작은 목표라도 정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모든 분이 좀 더 성숙하고 지혜롭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숙하고 지혜롭게 산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알게 모르게 기도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지향을 가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혜롭다는 것은 나아가서 정확한 식별과 판단을 잘해서, 침묵할 때는 침묵하고 당당하게 말할 때는 말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올해는 좀 더 성숙해지고 지혜롭게 살았으면 합니다.
연중 제2주일의 복음에서 예수님은 가나라는 동네의 결혼 잔치에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참석하셔서 신랑. 신부와 그 가족들을 축하해주시고, 여흥을 즐기시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 중요한 행사에 제일 중요한 술이 떨어지면서, 그 소문이 마리아에게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아들 예수님께 가서 그 이야기를 잠깐 하십니다.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하시고, 퉁명스럽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반응에는 안중에 없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만 말씀하십니다.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 내용을 가만히 일고 묵상해보면 대충 그 의미를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들과 어머니의 마음이 겉으로는 상반되는 것 같지만 예수님은 어머니의 부탁에 순응하시는 모습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능력을 알기에, 그저 지나가면서 아들에게 살짝 부탁합니다. 어머니의 부탁에 퉁명스럽게 대답은 하셨지만, 어머니의 부탁이고 당신의 능력을 드러낼 시간임을 어머니와 아들이 일치하는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의 부탁을 받고 “부인”이라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의에 어긋나는 말투이지만, 성서학자는 여기에서 부인이라는 말은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가리키는 상징적인 호칭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임종 직전에도 어머니를 “부인”이라고 부르셨는데(19,26), 여기서도 부인은 이스라엘 백성을 가리키고, 어머니와 함께 예수의 임종을 지켜본 애제자는 신생 그리스도 교회를 가리킨다고 성서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곱 가지 기적을 수록하고 있습니다(2,1-11: 4,46-54, 5,1-15,16-21: 9장: 11장). 요한복음에서는 기적을 표징(semeion)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표징이란 예수님의 정체를 드러내는 상징사건이라는 뜻입니다. 곧, 요한복음서의 기적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보여주는 상징사건이라는 말입니다. 표징으로써 예수님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 정체가 드러남으로써 신앙이 생기고, 인간은 그 신앙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게 요한복음 필자의 사상이라고 성서학자들은 말합니다.
오늘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기적을 베풀어주셔서 잔치에서의 그 흥을 계속 이어지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기적을 보고 “제자들은 그분을 믿었다”라고 복음을 끝맺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예수님의 어떤 기적을 보고 그분께 나 자신을 모두 바칠 수 있나요? 나약한 인간이기에 지난주 강론에서, 나 자신의 삶에 있어 예수님을 최우선 순위(priority)에 두자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부족하기에 아직도 예수님보다는 다른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예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기적을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민 생활 속에서 매일 공짜로 주어지는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우둔하거나 의도적으로 그 기적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이민 생활 동안에 나에게 닫쳐온 수많은 위험이 얼마나 많았는지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숱한 위험 속에서 예수님을 우리를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셨기에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작은 기적들을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나에게 온 기적들을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여 지나간 기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한번 찾아보시고 모아 보시기 바랍니다. 기적이었음을 깨닫고 좀 더 가까이 겸손하게 예수님께로 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겸손되게 현재의 삶을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물론, 예수님을 최우선에 두고서 말입니다. 자신의 어리석음, 교만, 과시욕과 우둔함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을 놓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도, 이 자리에서 기적을 베풀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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