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 강론

  

대림 4주에 다다랐습니다. 드디어 제대 앞 대림초에 4개의 촛불이 켜졌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오전으로 대림 시기가 끝나고 성탄 대축일 맞이하며 성탄 시기가 시작됩니다. 남은 일주일 대림 시기를 잘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복음은 대림 시기의 마지막 중요 인물인 마리아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합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은 정말로 아름다운 이야기며 오직 루까 복음에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대림 시기 동안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을 들었고, 세례자 요한의 외침을 들었습니다. 이제 때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오늘 복음은 마리아의 이야기로 대림 4주를 장식합니다.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두 여인의 기쁨에 찬 외침을 듣습니다. 그러나 두 여인의 기쁨에 대한 외침 소리를 경청하기 전에 나자렛을 출발하여 유다 산골 친척 언니를 찾아가는 마리아의 여정에 함께 하기를 권합니다.

 

처녀의 몸으로 임신한 마리아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하느님의 힘으로 또한 성령으로 아기를 가졌지만, 자신이 결혼하지 않은 처녀임을 알기에 마리아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였을 것입니다. 어쩌면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아니라고 대답하여,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아무튼 마리아의 마음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처럼 그저 순진무구한 마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마리아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혼자서 고민도 많이 하였을 것입니다. 아이를 낳더라도, 자신을 바라보는 요셉의 마음은 어떨지....주위의 시선 또한 자신을 좋게 바라보지 않을 것임을 마리아는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걸었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또 믿어도 인간이 가지는 본성적인 나약함으로 인해 마리아 혼자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 벅찬 삶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혼자서 유다 산골로 가는 마리아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묵상은 친척 언니 엘리사벳의 집에 도착하여 두 여인이 만나서 부르는 노래에서 깡그리 무너지고 맙니다. 이 두 여인의 만남을 상상해 봅시다. 두 여인은 만나자마자 각자에게서 너무나도 밝게 서로 포옹하면서 힘차게 노래합니다. 친척 언니 엘리사벳이 먼저 찾아온 손님을 반겨 맞아주며, 우리가 매일 바치는 성모송의 노래를 부릅니다. 여인 중에 가장 축복받으신 분이 누추한 우리 집에까지 오시다니요! 또한 당신의 뱃속에 계시는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아마도 엘리사벳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찬사를 다 드린 것 같습니다.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그리스도교 중에서 가톨릭, 동방정교회, 성공회만 가지고 있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신약성서에 근거한 마리아의 신심이 없다고 판단하여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신약성서, 루카 복음에 근거한 것만 보더라도 얼마든지 마리아에 대한 신심을 가질 수 있으며, 신앙의 모범으로 마리아를 우리 안에 모실수 있습니다. 마리아 신심의 근거는 오늘 복음 마지막에 엘리사벳의 외침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닌,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이 짧은 문장에서 우리는 마리아께 대한 신심을 가질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아마도 엘리사벳을 찾아오는 여정에서 가졌던 의심, 불안과 걱정을 친척 언니의 노래를 들으면서 모두 잊었을 것이고 의심은 확신으로 불안은 안심으로 걱정은 기쁨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바라보면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을 겪으면서도 많은 위안과 위로를 느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엘리사벳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로 살았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졌으며 그 기쁨과 자식에 대한 희망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쁨과 희망은 더욱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더 커졌습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보면서 가졌던 의심을 확신으로 불안은 안심으로 걱정은 기쁨을 가졌듯이, 우리도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신앙인으로 더욱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키우도록 합시다. 그저 밋밋한 신앙을 가지고 아무 의미 없이 살아갈 것이 아니라 분명한 하느님께 대한 인식과 하느님께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살았으면 합니다. 지겹고 따분한 이민 생활을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쁨의 제단으로 인도하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다가오는 예수님의 성탄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도록 합시다. 몇일 남지 않은 대림 시기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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