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와 대축일

 지난 한주는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주였습니다. 총회장 이종선 제노 회장님을 하느님께 보내드리는 장례 미사를 드렸습니다. 정말로 많은 분이 오셔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 작별을 하였습니다. 제노 회장님을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드리며 회장님은 천국에서 영화를 누리시고 우리와 볼티모 한국순교자 공동체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오늘 우리가 지내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교회 전례력으로 마지막 주일을 의미합니다. 다음 주일은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절입니다. 매일 미사 책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오늘은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이심을 기리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정치 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는 메시아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과연 예수님은 왕입니까? 성서 신학적으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동안 인간적인 요소들과 세속적인 기대와 지나치게 혼합된 군중의 메시아에 대한 열광을 용납하신 적은 없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경쟁자로 간주하였던 영주 헤로데의 권위에도 반항하지 않으셨고(루가13,31-33), 사람들이 세금을 바쳐야 했던 로마 황제의 권위에도 반대하지 않으셨습니다(마태22,15-20: 마르12,13-17: 루가20,20-26).

그분의 사명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나타나엘의 메시아적 신앙 고백에 대해서도 방해하지 않으셨지만(요한1,49), 그의 시선을 사람의 아들에 돌리게 하셨습니다. 빵의 기적 후에 군중이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 했을 때 그분은 자취를 감춰버리셨습니다(요한6,15).

다만 그분은 즈가리야의 예언(마태21,5)에 맞추어 겸손한 차림으로 나타나셔서 사람들이 당신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환영하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루가19,38: 요한12,13). 그러나 이 사건은 바로 그분이 수난의 시간을 앞당기게 하였고, 마침내 당신 수난이 시작되는 순간, 그분은 당신 제자들에게 순수한 종말론적 관점에서 당신의 왕국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루가22,29-30).

그렇다면 왜 교회는 교회 전례력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내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이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권위, 억압, 착취, 불평등....아마도 교회는 이러한 통념적인 사고에 역설적으로 예수님을 왕으로 묘사한 것 같습니다. 그분이 가지는 왕권은 결코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영성적인 것이며, 권위보다는 친근함과 겸손을, 억압보다는 해방을, 착취보다는 자비와 베풂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묵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왕의 영광을 누리실 것인데 그것은 그분의 부활과 마지막 날 그분께서 다시 오시는 시간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왕위에 오르시기는커녕 당신 백성들로부터 배척당하셨지만, 결국 왕권을 차지하시어 백성을 심판하시고 원수를 갚으시기 위해 그분은 다시 오실 것입니다(루가19,12-15,27).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예수님의 왕권이 십자가 위에서 명백히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 마지막 날에 왕으로 오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실천을 강조하셨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기를 원하셨고, 첫째보다는 꼴찌가 되기를 원하셨고, 가진 것을 다 팔아 자선하기를 원하셨습니다. 또한 주시는 시련을 기꺼이 받기를 원하셨으며, 하늘나라가 여기서 지금 시작되었으니 기쁘게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분을 믿는 백성으로서 우리는 단순하게 그분께서 명하신 것들을 잘 새기고 충실히 살기만 하면 됩니다. 이론적으로 너무나 쉬운 것들이지만, 실제의 삶에서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의 욕심과 탐욕과 이기심만 잘 통제하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없애지는 못합니다. 우리의 탐욕, 욕심과 이기심을. 그러나 그분께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으면 잘 통제할 수 있습니다. 왕으로 오시는 그분을 맞으러 나가는 한 주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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