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일 강론

 가을 날씨가 좋다가도 을씨년스럽기도 합니다. 그 좋던 가을 햇살이 바람이 불고 낙엽까지 쏟아내고 비까지 오면 마음까지도 춥게 만듭니다. 또한, 본당 공동체 하느님 백성들을 대표해서 신바람 나는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면서 건강 회복에 힘써오신 이종성 제노 총회장님께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우리 곁을 떠나셨으니, 더욱 몸과 마음이 을씨년스럽습니다. 총회장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합니다.

 

오늘 연중 32주일 복음에서, 우리 주님은 마지막 날에 대한 말씀으로 우리를 맞이하십니다. 마르코 복음 1314절부터 오늘 복음 말씀까지는 큰 재난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중에서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에 일어날 현상에 대해 오늘 말씀하십니다.

오늘 말씀의 내용은 미래에 다가올 시련에 대한 가장 명백하고 극적인 예언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천체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는 묵시묵학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종말적인 관점에서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복음을 작성할 시기에 이러한 사고들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마르코는 그의 복음서에 그대로 옮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13장은 작은 묵시록입니다. 묵시문학은 기원전 2세기부터 서기 1세기 사이에 이스라엘에 크게 유행했는데 이 시대는 이스라엘 민족이 시리아 정권의 박해와 로마제국의 압제 아래 몹시 시달리던 난세였습니다. 아무리 애써 봐야 곤경을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에 실의에 빠진 백성에게 묵시문학도들은 적어도 종교적 희망을 불어넣고자 다음과 같은 사관(史觀)을 정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종말이 임박하게 되면 죄악은 극도로 만연하여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크게는 우주에 이르기까지 만사가 파국에 다다른다고 하였습니다.

 

묵시문학계에서는 가정의 파국을 서술하여, 부인들이 임신하지 못하고 어쩌다 임신해도 유산하며 또 어쩌다 출산해도 백발 노인 아기가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비와 자식, 시어머니와 며느리, 형과 아우가 싸우고 죽인다는 것이다(12절 참조). 국제관계는 악화되어 전쟁이 빈번하고(8절 참조) 도무지 비가 내리지 않아 수확이 없으니 온 세상에 기근이 들 수밖에 없고 또한 곳곳에 지진이 일어난다(8절 참조). 유대인들은 모진 박해를 받는다(9-13절 참조). 한편 성전은 유린당하고 예루살렘은 폐허가 된다(14-20절 참조). 끝으로 천체에서조차 이변이 생겨 해와 달이 어두워지고 별들은 떨어진다(24-25절 참조). 이처럼 인간과 우주가 파국에 처해 있을 때 하느님 또는 그 대리자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오신다(26). 그리고 죽은 이들을 부활시켜 산 이들과 함께 모은 다음 공과부(功過簿)에 따라 심판하여 영생과 영벌을 결정하신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을 듣고 묵상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다가오는 종말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셨나요? 나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적어도 몇 번은 생각해보셨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복음 중간에 예수님은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이 두렵습니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택하신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구세주로, 나를 마지막 날에 살리시는 분으로 모시고 살고 그 믿음을 매일 고백하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선택된 사람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용기를 내어 선택된 사람답게 살기만 하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무한하신 사랑으로 우리가 선택된 사람으로 제대로 살아가기를 원하시고, 언제든지 우리를 도와주고 이끌어 주십니다.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회개할 수 있는 시간을, 사랑할 수 있는 날들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열심히 일하고, 가족들 부양하고,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고, 아픔과 상처를 서로 나누고, 용서를 청하고, 배려하고 살아가면 됩니다. 나의 마지막 날을 자주 기억하시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습니다. 나의 죽음, 나의 마지막을 기억하면서 신바람 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교우분들 힘내시고 신바람 나게 살아가는 한 주간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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