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일 강론

 11월이 시작되었고 오늘 첫 주일입니다. 11월 한 달도 하느님 사랑 안에서 본당의 교우들이 영혼과 육신이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은 한국의 절기(節氣)로는 입동(立冬)이라고 합니다. 글자 그대로 입동은 겨울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겨울 동안 아무 탈 없이 모두가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이제 교회의 전례력으로도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128일이 대림절 시작이니까, 3주가 남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주의 가장 큰 계명에 이어서 1238절부터의 말씀입니다. 오늘의 말씀은 율법 학자들에 대한 비난과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지난주에는 한 율법 학자의 대답을 들으시고는 하늘나라가 멀지 않다는칭찬을 하시더니, 오늘은 조심하라고 하십니다. 또한 전혀 다른 내용, 즉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지난주와 다르게 오늘은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라 하시면서, 그들의 부정적인 특징을 나열하십니다. ‘그들은 긴 겉옷을 입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즐기고, 회당에서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즐기고,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 이러한 자들은 더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다.’

 

이런 복음 말씀을 묵상할 때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날의 사제들에게 하시는 말씀이 아닌가 하고 겁도 나면서, 묵상하고 회개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예수님께는 얼마나 율법 학자들이 미웠으면, ‘과부들을 등쳐 먹는다라고 표현하셨을까 하고 묵상해 봅니다. 예수님은 그들이(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마태 23,3). ‘등쳐 먹는다는 용어는 영어로는 Devour 혹은 Swallow라는 단어를 쓰고 희랍어는 Κατεσφιω라고 합니다. ‘빼앗는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등쳐먹는다는 의미는 과부들의 재산을 잘못 관리하여 가로채든지, 아니면 과부들의 환대에 기생한다든지, 법적인 비용을 초과하여 부과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만드는 등, 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서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약한 존재를 고아과부라고 합니다. 구약성서에서부터 예수님 시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약한 존재의 대표가 고아와 과부입니다. 그래서 성서는 항상 이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 항상 잘해주고 아낌없이 지원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과부를 등쳐먹는다라고 하셨으니 이들에 대해서 미움의 감정이 얼마나 크신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수님은 그렇게 율법 학자에 대해 분노를 말씀하시고는, 다음에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과부가 낸 렙톤 두 닢은 오늘의 달러로 환산하면 1불이 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과부의 정성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오늘 묵상은 과부의 정성도 중요하지만, ‘등쳐먹는율법 학자와 우리의 삶을 한번 비교하면서 묵상했으면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이기에 우리는 나보다 약한 사람의 재산을 빼앗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말로써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등쳐먹는 일은 나도 모르게 자주 반복하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말로써 혹은 마음으로부터 남을 것을 빼앗는 일들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대로 확인도 되지 않는 말들을 단순히 남들에게 들음으로써 그 사람을 판단하고 단죄까지 합니다. 물질을 빼앗는 것 만이 등쳐먹는게 아님을 기억하였으면 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율법 학자들에게 이러한 자들은 더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다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여과 없이 나의 것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너무 쉽게 단죄하는 죄를 많이 짓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은 인간은 본성적으로 타인의 부정적인 것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 데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앞에서는 잘못하였다고 반성하면서도 돌아서면 똑같은 죄를 지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덧 이러한 잘못된 것이 나의 습관이 되었으며, 나에게 악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 자신과 오늘 그렇게 저주하신 율법 학자들과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이러한 악습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엄중한 단죄 이전에 우리 스스로가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아간다면 개선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현명함과 지혜로움을 주시어 율법 학자와 같은 어리석음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한가위 미사

주님 승천 대축일

연중 제7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