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5주일 강론

이번 주일은 여러 가지가 겹치는 주일입니다. 가장 큰 것은 본당의 주보 축일이라 본당의 날입니다. 두 번째는 추석 주일이라서 고향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고향 떠나오신 지 오래된 분들은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또한 볼티모 대교구의 보좌주교님이 저희 공동체를 방문해 주셔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날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교우들에게 축복이 되고 기쁨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주 복음에 이어 예수님과 제자들은 여정을 계속하십니다. 갈릴래아를 가로질러 가파르나움으로 돌아오시면서 제자들에게 계속해서 두 번째 제자 됨(On the way of Discipleship)에 대해서 가르치십니다. 지난주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십자가를 져야 한다면, 오늘 예수님은 두 번째로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꼴찌가 되어야 하고 종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오늘 복음과 지난 주 복음을 비교해 보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방법을 말씀하시기 전에 예수님은 분명한 당신의 미래에 대한 운명을 지난주에 이어 오늘 복음에서도 명확하게 하십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난주와 같은 것은 예수님의 운명에 대한 명확한 가르침이라면 다른 것은 제자 되는 방법이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것과 첫째가 되지 말고 꼴찌가 되어야 하고 모든 이에게 종이 되는 봉사자가 되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방법은 명확하게 두 가지입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말고 주어진 자신의 십자가를 과감하게 매고 살아가면서 어디를 가든지 잘난 채, 자랑하지 말고 뒤에서 묵묵하게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제자가 되는 길은 어찌 보면 참으로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합니다. 지난주 복음 말씀처럼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십자가는 우리 자신이 거부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당연히 지고 살아갑니다. 또한 지난주 강론에서도 언급하였습니다만, 나만의 십자가가 아니라 가족의 십자가까지도 져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나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십자가를 지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두 번째 제자 되는 조건이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얼굴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원하고 앞자리에 앉기를 원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내세우기를 원합니다. 사람들에게 봉사하기보다는 봉사 받기를 원하고 꼴찌가 되기보다는 일등을 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첫째의 의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우선권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특권, 영향력, 권력을 뜻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인간 마음 안에 있는 허무맹랑한 내적인 욕구에 대해서는 비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인간의 생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고, 인간이 내적인 욕구들을 실행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역설적이지만 자신을 제일 앞에 우선적으로 놓는다는 것입니다. , 아닌 척 하지만 궁극에 가서는 자신을 앞자리에 갖다 놓는다는 것입니다. 신앙을 가지고 열심히 살지만 나 자신에 관련되는 것들, 나의 가족에 관련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못하고 무조건 이익을 보아야 한다는 우리의 속마음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상식을 뛰어넘는 삶을 요구하십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남을 적당히 속이고, 음해도 하고, 비난도 하고 남들보다 첫째가 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을 믿고 사는 우리에게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꼴찌가 되고 종이 되라고 하십니다. 너무 억울하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말씀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면 나만 너무 큰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꼴찌가 되고 종이 되어 살아보신 경험이 있습니까? 그 말씀을 실천하면서 살아오셨고 지금도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저는 생각하고 확신합니다. 그 말씀에 따라 살면서 엄청나게 손해 보고 고통을 당하신 분이 계시나요? 인생이 다 끝난 것이 아니기에 고통과 손해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자 되는 길이 어렵지만 못할 것도 아닙니다. 나 자신을 버리고 자신 안에 하느님으로 채워보세요.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 안에 채워보세요. 예수님 말씀은 그저 성인군자들의 말처럼 좋은 말이 아닙니다. 그분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고 어떠한 쌍날칼보다도 더 예리한 말씀입니다(히브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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