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일 강론

 지난 금요일에는 비가 많이 왔습니다. 아마도 가을을 알리는 비가 아닌가 싶네요. 비가 오는 날은 왠지 모르게 많은 분이 좀 더 감성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감성적일 필요도 있습니다. 분위기에 민감한 분들이 많다는 것은 공동체에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자신의 감성을 자극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복음은 생명의 빵에 관한 담화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성모승천대축일 주일을 빼고 우리는 4주 동안 요한복음 6장을 주일 복음으로 읽어왔습니다. 이제 그 생명의 빵 담화의 마지막을 오늘 읽고 묵상합니다. 이제 유대인들과 예수님과의 대화에서 갈등의 정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복음은 연중 19주일 복음 말씀에 이어서 나오지만, 그 중간 652절부터 59절이 생략되어 바로 60절부터 68절까지 나옵니다. 생략된 복음의 내용은 예수님께서 당신을 계속해서 생명의 빵이심을 강조하면서 당신의 살과 피를 받아먹고 마시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생명을 얻지 못함을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하시는 동안 유대인들 사이에는 말다툼이 벌어졌고 급기야 많은 사람이 예수님의 말씀을 수용하지 못해 떠나갔다고 오늘 복음은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제자들 가운데서도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겠는가?’라고 말합니다. 말씀 경청의 거부를 넘어 동행하던 몇몇 제자들은 더는 같이 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자들은 12사도 외에 다른 제자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영(spirit)에 대한 말씀입니다. 영적인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을 비교했을 때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육체에 생명을 주는 영적인 것에 중요함을 알아야 함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믿지 못하는 제자들의 마음에, 예수님은 영적인 존재로 태어난 제자들에게 더욱 깊고 확고한 신앙으로 믿음을 갖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영은 생명을 주고 육적인 것은 쓸모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그들의 인간 기준에 예수님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 스스로가 영과 생명의 말씀인 가르침을 주시는 삶, 영으로 가득 찬 그분에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초대교회 교부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로는 이 말씀에 대해서, 삶에 영을 주는 육체의 본성이 아니라 육체에 생명을 주는 영의 권능에 관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 시대의 유대인들은 영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또한 영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에 대해서도 자아 성찰이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제대로된 성찰이 없기에 또한 사전 교육 또한 없었기에 예수님과의 대화에서 소통이 전혀 되지 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아가서, 새로운 가르침에 대해서 수용하려는 자세가 전혀 없고 자신들의 고정관념에 벗어나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예수님과 유대인들은 당연히 갈등이 일고 충돌이 생겼습니다. 그 결과 자기 갈 길을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 곁을 떠나갔습니다. 이것을 보시고 12제자들에게 묻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베드로 사도의 대답은 명쾌함을 보여줍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우리가 해야할 대답, 신앙고백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 삶의 태도, 축적된 지식, 맺어왔던 인간관계 등등 참으로 중요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버리십시오. 그리고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오십시오. 그분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있습니다. 그분에게서 가져야 할 삶의 태도, 사고방식, 인간관계를 배우십시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는 이미 영원한 생명을 받고 살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교우들에게 성령으로 가득찬 영을 주시고 영원한 말씀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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