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5주일 강론
연중 제15주일 강론
지난주 보여주신 김신부님에 대한 사랑에 저는 많이 감동했고, 우리 본당의 교우분들이 정말로 의리와 신앙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참석해주신 분들과 기도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연중 15주일 복음은 마르코 복음을 읽습니다. 제대 앞에 화면에 나오듯이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두 명씩 짝지어 파견하십니다. 이 파견된 제자들을 후대 사람들은 사도(αποστολη, Apostle)라 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사도’라는 뜻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예수님과 함께 있는 사람(to be with him, 마르3,14)이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파견된 자(One who is sent)라고 합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었고 예수님으로부터 파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사도가 되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채운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제자들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권한(authority)을 그들에게 주십니다. 그 권한은 다름이 아니라 더러운 영을 물리치고 병자를 치유하는 권한입니다. 이것으로써 제자들의 주 임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사람들의 몸과 영혼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려는 임무를 주셨습니다. 더러운 영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육체적 질병이 치유된 사람들의 삶은 분명히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 삶에 기쁨을 느끼고 행복과 보람을 느끼며 살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길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조건을 붙입니다. 지팡이와 신발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가난을 은근히 강조하시는 모양새입니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많으면 신경이 많이 쓰이게 마련입니다. 제자들의 파견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선포와 더러운 영을 쫓아내고 질병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교 여행 중에 필요한 물품들은 어떻게 조달해야 합니까? 아무리 예수님의 제자들이지만 인간이기에 기본적인 욕구가 있고 조금은 편하게 전교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인간적인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더 큰 것을 알려주십니다. 파견되는 제자들은 둘씩 짝지어 가지만 그들의 여행에는 하느님이 함께해 주심을 제자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느님이 함께하시기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하느님이 채워주십니다. 제자들은 전교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분명히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전교 여행 결과는 복음서에 나와 있습니다.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제자들은 인생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확실한 깨달음과 체험은 스승 예수님의 부활 사건 이후에 일어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저는 부족하고 미약하고 나약한 우리 자신이지만 언제나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파견받은 제자들의 마음 안으로 한번 들어가는 묵상을 해 보시기바랍니다. 전교 여행을 떠나는 그들의 마음 상태는 어떠했겠습니까? 두렵고 떨리고 막막하지만 그들 한 발자국씩 지나 올 때마다 그들은 든든함과 가슴 벅찬 무엇을 체험했습니다. 그 체험은 다름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더러운 영을 쫓아내고 병자들을 치유해주면서 제자들은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의 전능하심을 스스로 가슴 벅차게 체험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그들의 마음과 발걸음은 아마도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오늘 제자들과 같은 체험을 해봅시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했다면 우리도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입니다. 우리 역시 매 미사 끝에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파견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우리도 복음 말씀에 나오는 제자들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본당 신앙 공동체에서 무엇을 원하십니까? 나에게만 특별하게 내리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원하십니까? 우리 집안에만 특별한 축복을 원하십니까?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믿음은 개인적인 것입니까? 아니면 공동체적인 것입니까? 개인 신앙에만 머물고 있다면 빠져 나와서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예수님은 공동체를 제외하고 개인 구원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한국순교자 신앙 공동체를 위해 먼저 기도해 주시고 축복해 주시도록 기도해 주세요. 우리 각자는 이 공동체에 속해 있기에 축복이 있습니다.
한 주간도 파견받은 제자답게 활기차고 가슴 벅찬 기쁨이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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