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 성혈 대축일
매미 소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기차게 울어대고 있습니다. 날아다니고 때로는 사람에게 날아와서 머리나 얼굴에 붙기도 하고 운전 중에는 유리창으로 날아와서 가미가재(神風) 특공대처럼 장렬하게 전사하기도 합니다. 미국 와서 처음 느낀 것이지만 무엇을 비교해도 미국 것이 모두 큰 것을 보았습니다만, 유독 매미는 한국 매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이 매미 소리 피할 수 없어 매미들의 생존을 위한 찬양이라고 생각하니 소음이 크게 방해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Solemnity of Corpus Christi) . 우리가 미사 때마다 받아 모시는 예수님의 거룩한 몸과 거룩한 피를 공경하는 의미에서 제정된 축일입니다. 오늘의 축일은 성체성사의 신비를 묵상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주심에 감사드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마르코 복음을 읽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장면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시면서 제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십니다. 그 저녁 식사에서 예수님은 새로운 예식을 만들어 주십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 예식을 꼭 지키도록 당부하시면서 항상 당신을 기억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장면은 다른 복음과 서간에서도 나타납니다(마태26:26-30, 루가22:15-20,39, 1고린11:23-26). 공관복음과 고린토 전서의 내용은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같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마시고 당신을 기억하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성체 성사입니다.
성사(聖事, Sacramentum)가 무엇입니까? 한자어로 풀이하면 거룩한 일이고, 라틴어로 풀이하면 신비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우리는 이 성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공식적으로 만나는 도구(instrument)입니다. 우리는 삶 안에서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개인이 드리는 기도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기적이나 특별한 체험을 통해 만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적(private) 것입니다. 우리는 공적으로는 오직 성사를 통해서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지상에 있는 우리와 당신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간절히 원하시면서 이 성사를 남겨주셨습니다. 가톨릭 교회 안에 일곱 가지 성사가 있지만 일곱 가지 성사의 정점은 오늘 우리가 기념하고 기억하는 성체성사입니다. 이 성체성사의 정점은 다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우리가 그분과 일치를 이루고 함께 살아감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남겨주신 성사적 요소로써 절대 바뀔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성체성사의 설정은 예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의 완성입니다. 그러기에 어느 사람도 흉내 낼 수 없고 어느 사람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성체성사의 거행은 단순히 그 옛날 예수님께서 작은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함께 모여 마지막 식사한 사건을 단순히 기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예를 들면, 지난 월요일에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을 지내면서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이지만, 성체성사는 그 당시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했던 그 마지막 식사를 재현(ἀνάμνησις, Remembrance)하는 것입니다. 이 재현은 막연한 기억이 아니라 마지막 식사,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 행하라고 하신 그 만찬을 상연(enact)하는 것이고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 미사에서 이 성체성사 설정을 재현하고 그분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마지막 식사의 재현 없이는 성사라 할 수 없고 미사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 미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것은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는 것이고 그분과의 일치를 이루는 아주 거룩한 행위입니다. 비록 개신교에서는 이 성사를 부정하고 거부합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일 년에 몇 번씩은 이 성체성사를 흉내 내고 그리스도의 몸이라 하면서 빵을 함께 나누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말씀에 대한 일방적인 설교의 싫증 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체성사의 거행에 있어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에 있어 최고의 거룩한 행위이지만 반복적인 행위에서 오는 경각심이 나도 모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고해성사 전에 성찰의 내용에 성체성사의 습관성에 대한 성찰도 필요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예수님의 피도 함께 나누어 마시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성체를 모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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