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3주일 강론

 피정 잘 다녀왔습니다. 30분 정도의 볼티모 교구 신부님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피정 강의는 로드 아일랜드에 오신 도미니코 수도회 신부님께서 해 주셨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피정(避靜, retreat)은 피세정념(避世靜念)이라는 말의 줄인 말입니다. ‘시끄러운 세상을 피하여 고요한 곳에 생각을 둔다.’라는 말입니다. 불교 용어인데 우리 가톨릭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기도 많이 하고 묵상도 많이 하고 우리 본당의 교우들을 위해서 기도하였습니다. 로이 대주교님과 많은 신부님이 우리 순교자 성당에 관해서 물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기도해주신 분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두 여인에게 치유의 은총을 선물해 주십니다. 한 여인은 어린 소녀이고 다른 여인은 중년의 여성인 것 같습니다. 어린 소녀의 병명은 모르고 중년 여성의 병은 알고 있습니다. 어린 소녀의 아버지는 회당장이라고 복음은 전합니다. 회당장(Synagogue Official)은 회당의 총책임자를 말합니다. 회당의 재산부터 해서 건물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맡아보는 사람으로서 유대인 사회에서는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다른 중년의 여성에 대해서 복음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부인병을 오랫동안 앓고 있는 사람으로만 나옵니다. 두 여성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르게 나옵니다. 어린 소녀는 아버지가 주동이 되어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부모로서 또 아이의 보호자로서 당연한 행동이라 봅니다. 어린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회복하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릴 뿐입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을 지켜보는 부모 마음이야 어떠하겠습니까? 주보 강론을 읽고 계시는 부모님들도 복음에 나오는 소녀의 아버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입니다. 중년 여성에 대해서 복음은 간단하게 언급합니다. 많은 의사들을 찾아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합니다. 그녀에게 남겨진 심적 상황은 절망, 체념, 포기, 죽음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뿐입니다.

 

두 사람, 소녀의 아버지와 중년 여성의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절망적인 상태에 있다가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렴풋한 희망을 품어봅니다. 분명히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또 누군가 이 두 사람에게 와서 예수님의 지나가시니까 한번 가보자고 귀뜸을 해 주었을 것입니다. 옆의 친구들이 이 두 사람을 도와줍니다. 격려해 줍니다. 용기를 줍니다. 희망을 심어줍니다. 이 두 사람은 따로 그분에 접근하였습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예수님 앞에 엎드려 당당하게 그리고 간곡하게 청합니다. 자기 집에 오셔서 죽어가는 딸을 살려달라고....복음은 간곡하게 청한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중년 여성은 반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저 그분의 옷이라도 만지게 해 달라고 속으로 청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여성 역시 간곡하게,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분의 옷을 만졌습니다. 결과는 복음이 전합니다. 여성의 병은 완치되었고 죽었던 딸은 살아났습니다. 달라진 인생을 살게되었습니다.

 

여기서 소녀의 아버지를 잠깐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마르코 복음 3.1-6에 회당에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안식일 고쳐주시면서 유대인들의 완고한 마음에 대한 노기를 띠셨다고 전합니다. 아마도 그 자리에 어린 소녀의 아버지 야이로 회당장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날 손을 치유하셨던 예수님을 보고 유대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죽이기로 작당하였다고 복음 전합니다. 그러나 딸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사랑은 유대 지도자들의 생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념보다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더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야이로는 예수님을 믿었고, 딸의 치유 사건 이후 그의 인생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중년 여성 마찬가지입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그 여성의 인생은 바뀌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기려는 마음이 사치라고 생각되면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시작하라.’ 너무나 멋진 말입니다. 간절함과 절박함이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두 사람을 인생의 롤 모델(role model) 삼아 봅시다.

 

저는 작년 2월 말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 간절함과 절박함을 같이 실어 왔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목 생활에서 제가 가져야 할 마음 상태는 희망과 자신감 보다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우선시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역시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살고 있고, 이번 피정하는 동안, 야이로 회당장의 마음과 중년 여성의 마음으로 피정에 임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예수님께 기도하였고 지금도 기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도할 것입니다. 그 나머지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 삶에 만족이란 없습니다. 자칫하면 그 만족이 교만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만족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면 그 만족은 겸손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서는 날까지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어느덧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만족과 행복을 만끽하고 살고 있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기도하면서 살아가는 한 주간 되기를 기도합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한가위 미사

연중 제7주일

연중 제31주일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