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2주일

여기 볼티모는 태풍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살았던 한국은 1년에 몇 번의 태풍이 와서 온 국민이 두려움에 떨기도 합니다. 그러나 태풍이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좋은 점도 있습니다. 공기를 정화 시키고 바닷물을 휘저어서 바닷물의 순환을 통해 자연환경을 정화 시키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큰 태풍이 왔다 가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갈리리 호수의 갑작스러운 돌풍을 잠재우시는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갑작스러운 호수의 풍랑에 안절부절못하는 제자들을 꾸짖으시며 자연의 힘도 제압하시는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제자들의 믿음이 아직 성숙하지 못함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제자는 갈리리 호수에서 성장했고 그 호수가 그들 삶의 터전이었기에, 예수님보다도 갈리리 호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바람의 방향을 보고 고기잡이를 나갔고 바람의 속도를 감지하고 어디에다 그물을 쳐야만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능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음 말씀을 가만히 묵상해보면서 떠 오르는 것은, 오늘의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고 이제까지 보지 못한 바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하고 다급 칩니다. 결과적으로, 제자들은 예수님의 반응에 대해 아연실색(啞然失色)하면서 너무나 놀라는 모습을 복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제자들의 나약한 믿음을 꾸짖으시며, 제자들이 성숙한 믿음을 가지기를 말씀하십니다. 오늘의 이 말씀은 비단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우리 신앙의 성숙함을 요구하십니다. 신앙의 성숙함을 생각할 때, 성숙도의 지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어야만 그 기준에 맞추어 자신의 신앙 성숙도를 체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들 주위 동료들과 관계를 맺고 살면서 그 관계의 정도를 본인은 잘 알고 있습니다. 관계가 깊다, 보통이다, 그저 그렇다는 식으로 자신만의 척도를 가지고 그 관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관계가 깊다고 보는 사람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관계가 깊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마도 성숙함을 보고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성숙함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무조건 본인의 의견에 동조해주고 본인에게만 잘 해주는 사람을 성숙한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숙하다다는 말은 사전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발육이 잘 됨을 의미하기도 하고 몸과 마음이 올바르게 자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신앙의 성숙함의 기준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겠습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묵상 됩니다. 인간관계 안에서 관계의 실패와 아픔을 많이 경험하실 것입니다. 그 원인은 성숙함의 척도를 안에서 찾았기 때문입니다. 본인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살았기에 자신과 동떨어지고 생각이 서로 맞지 않다고 단정 지어 버리기에 상대에 대해서 실망하게 됩니다. 이는 성숙함의 척도를 나 자신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방도 나의 신뢰를 저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나를 평가하고 만나기에, 관계 설정을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성숙함은 나 자신부터 해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내심의 정도에 따라서 나 자신의 성숙함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 역시, 나에 대해 인내가 필요합니다. 서로가 성숙하지 못한 것은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성숙함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 안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시작해서 인내심의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미성숙함을 보이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계가 단절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성숙함의 척도를 찾아보세요. 그분은 절대로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더욱 확고한 관계를 다져보시기를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시지만 그분은 우리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십니다. 그분은 당신 중심의 인품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해주시고,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나를 위로해 주시는 분입니다. 절대로 우리를 인간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2독서 말씀처럼 그분은 사랑으로 우리를 다그칩니다.

 

자신의 신앙의 성숙함과 인간적인 성숙함을 돌아보는 한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아버지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본당의 아버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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