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1주일

 서양 음식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소스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셨나요? 서양음식의 3대 소스를 흔히들 머스타드 소스(mustard sauce), 핫 소스(hot sauce), 우스터 소스(worcester sauce)라고 합니다. 머스타드 소스를 많이 사용하지만 실제로 겨자 나무나 겨자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저도 이스라엘 성지순례 가서 처음 보았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그 하늘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십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가면 가톨릭신자들과 개신교신자들의 선물 취향이 다르다고 합니다. 가톨릭신자들은 성물에 관심이 많지만 개신교신자들은 성물을 우상으로 취급하기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 대신에 성경에 나오는 식물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겨자씨가 성경에 나오기에 겨자씨를 많이 사 온다고 합니다. 한국에 와서 교우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담배 가루를 사 오는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 말씀에서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십니다. 예수님은 겨자 나무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겨자는 나무과는 아니고 십자화과 1년 초입니다. 종류는 검정색과 흰색이 있고 보통 1m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토양과 기후에 따라서 3m까지 자라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2월말에서 4월 중순까지 피어 있습니다. 이 겨자는 제주도가면 많이 있는 유채꽃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개신교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가서 겨자 식물에 대해서 안내자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면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말씀대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를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것만 믿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우리 가톨릭신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겨자씨는 번식력 대단해서 겨자씨가 바람에 날려서 멀리 가면 그다음 해에는 씨앗이 떨어진 일대가 겨자밭이 된다고 합니다. 다만, 겨자나무에 새들이 깃들인다는 비유는 언뜻 이해하기 힘이 듭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 표현은 구약성서의 정서를 어느 정도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약성서에서는 나무에 새가 깃든다라는 표현은 일종의 번영을 상징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겨자를 나무로 보기는 어렵지만, 예수님은 겨자를 나무로 확장하여 하느님 나라의 상징으로 삼으셨습니다.

 

겨자씨와 하느님 나라의 비유 말씀을 묵상하면서, 저는 겨자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겨자씨의 번식력에 대해서 묵상해 보았습니다. 겨자씨가 엄청난 번식력으로 생명을 끝없이 전파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 역시 하느님의 영이 존재하기에 나 자신을 비롯해서 끝없이 전파되어 가고 있습니다. 비록 나는 겨자씨와 같은 아주 작고 나약하지만 그래도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나로 하여금 하느님 나라가 전파될 수 있는 미약하지만 소중한 존재입니다. 겨자씨 한 알을 누가 알아줍니까? 누가 겨자씨 한 알을 소중하게 생각합니까? 누가 나 자신을 보아줍니까? 누가 나 자신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아줍니까? 다름 아닌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하느님 나라의 시작을 지금 여기서(here and now), 다름 아닌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17:21)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자신 안에서 이미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세례 성사를 통해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씨앗을 우리 마음 안에 심어주셨습니다. 자신의 내면 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씨앗이 얼마나 자랐는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과 가까운 삶을 사신 분들에게는 자주 심어주신 씨앗의 자람을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씨앗이 있는지도 모르실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 자신이 하느님 만날 시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먹고사는 것이 너무 바빠서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문제는 우리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살 마음이 없음을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솔직히 자신을 돌아보면 하고 싶은 것 다면서 사는 우리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일상이 어렵지 않습니다. 세례 성사를 통해 이미 하느님을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이미 영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미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 자라고 있음을 인지하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좀 더 질적으로 높은 삶을 살고 싶다면 하느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우리 본당에 많은 분들이 나이에 관계없이, 경제적 상황에 관계없이 하느님을 모시고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씨앗을 잘 가꾸면서 사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셨기에 모진 풍파 속에서도 우리 신앙 공동체가 지금까지 건재한 것이 아닌가 묵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의 마음에 심어주신 하느님 나라의 씨앗을 잘 돌보는 한 주간에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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