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 대축일

 오늘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신 날을 기념하고 우리 역시 같은 성령을 청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부활축일과 성탄축일 다음으로 큰 축일입니다. 그래서 성령 강림 대축일(Solemnity)입니다. 오늘은 그리스도교의 탄생일이라고도 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늘 복음에 비추어보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가운데 서시며 인사를 하시고 성령을 주십니다. 그때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예수님과 공생활 중에 함께 하던 어리석고, 믿음이 없고, 세상일에만 신경 쓰고, 무지했던 제자들이 아니라 스승께서 죽음에서 다시 살아난 모습을 확인하고 성령으로 인하여 완전히 변한 사람이 되었었습니다. 그들은 성령의 은혜로 인해 죽음에서 살아난 예수님을 사람들에게 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제자들은 담대하게 스승의 부활 사건을 선포하게 되었고, 하느님 아버지와 그 외아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그리스도교의 탄생일이라고 합니다.

 

구약시대부터 하느님의 영이 존재해 왔습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은 하느님은 당신의 영 즉, 성령을 통해서 이 세상을 다스려왔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당신의 성령을 보내시어 새롭게 하시고 무지함에서 알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오셨습니다(이사11:1-2). 이것은 성령의 7가지 은사(Donum Septenarium)라고 하여왔습니다. 즉 성령께서는 생명의 은총으로 믿음, 희망, 사랑을 주실 뿐만 아니라 이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주시며 이는 특히 신자들이 견진성사를 통하여 받게 됩니다. 이 일곱 가지 은혜는 인간의 지성과 관련되는 슬기(sapientia), 통달(intellectus), 의견(consilium), 지식(scientia)의 선물과 인간의 의지와 관계 깊은 용기(fortitudo), 효경(pietas), 경외심(timor)의 선물입니다. 이 선물은 견진성사 뿐만 아니라 선물이기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언제든지 공짜로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청하면 하느님께서는 언제든지 주십니다.

 

교우분들은 7가지 은사 중에 어떤 것을 특별히 원하십니까? 모든 은사를 받고 싶지만 그래도 특별히 받고 싶은 은사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간절한 마음으로 청해보세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7가지 은사는 세속적인 생각의 은사가 아닙니다. 철저하게 하느님과 연결된 은사입니다. 슬기는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을 세속사랑보다 귀하게 여기는 지혜이며, 통달은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의 진리를 인간의 지적인 한계 안에서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의견은 선악의 올바른 판단을 돕는 것이며, 지식은 믿을 것과 미지 말아야 할 것을 식별하게 하는 은사입니다. 용기는 신앙 생활에 수반하는 장애를 극복하는 힘을 주시는 것이며, 효경은 하느님께 대한 자녀적 사랑을 증진 시키고, 경외심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하느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은사입니다. 7가지 은사에서 7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인 의미를 존중하여 만든 것입니다.

 

성령의 은사로 인해 우리는 삶에서 내 뿜어야 하는 성령의 열매도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22). 성령께서 주시는 은사를 받은 사람은 자기 혼자만 그 은사를 간직하는 것이 아니고 은사의 열매통해서 삶에서 보여주어야 합니다. 성령으로부터 받은 열매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며 살아야 합니다. 그 열매는 우리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우리의 의지로 열매를 맺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은사를 받았지만, 그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삶은 올바른 삶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성당 입구에 성령은 사 카드를 자모회 도움으로 놓아두었습니다. 성당에 들어오실 때 하나만 가지고 들어오시고 강론 시간에 오픈 하도록 하겠습니다. 은사 카드를 오픈하기 전까지 기도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이제 거룩한 부활시기를 끝내고 내일부터는 연중시기로 들어갑니다. 연중시기는 예수님의 공생활 동안에 하신 말씀과 그 행적을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교회의 모든 전례시기는 그 나름대로 의미와 거룩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활과 우리 생활을 조금씩 비교해 보면서 살아갑시다. 어렵고 힘들고 시련이 닥칠 때 복음서를 펼치고 읽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 봅시다.

 

오늘 성령께서 우리 교우들에게 오셔서 삶에 지치고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우리를 위로해주시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을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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