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 주일 강론

오늘부터 Daylight Saving Time 시작되었습니다. 일명 Summer time이라고 합니다.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서 햇빛을 많이 받자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 생체리듬의 변화가 생겨 불편한 것도 있습니다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바쁘시더라도 햇빛을 많이 받아서 비타민D를 많이 보충하시고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사순절의 정점으로 들어왔습니다. 4주간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신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유한하고 나약한 우리에게 많은 위로를 주십니다. 또한 하느님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이 누구신지 그리고 어떤 분이신지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에 대한 수식어는 많이 있습니다. 고대 유대인들은 하느님께서는 (야훼,יהוה, YHWH) 너무나 거룩하시고 무서운 분이시라 쉽게 이름을 입에 올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대신 불렀습니다. 그 이름이 엘로힘(אליהיס)입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에 대해서는 상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하느님이 아닌 우리들의 하느님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그분은 바로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셨기에 하느님의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시어, 이 아들을 믿는 사람들은 죽지 않고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죽어서는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의 이 말씀은 유대인들에게는 충격적인 말씀이고 하느님을 모르고 있던 이방인들에게는 너무나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을 기쁜 소식 즉, 복음(福音)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기쁜 소식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은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아들을 믿는 것입니다. , 예수님을 그리스도, 구세주라고 고백하고 믿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나 자신의 개인적인 조건을 붙여서 믿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 전체를 통틀어 조건 없이 전적으로 믿는 것입니다. 전적인 투신(a total commitment)이 필요합니다. 이 믿음에 나 자신의 조건을 부여하지 마세요. 그러나 믿음의 시작 단계에서는 전적인 투신과 전적인 신뢰를 약속하지만 고달픈 인생의 여정에서 서서히 믿음에 대해 조건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렇게 헌신했는데 왜 저에게만 이런 시련과 고통과 역경을 주십니까? 저 친구는 이런 저런 죄도 짓고 잘못도 하는데 왜 저 친구에게는 벌을 주시지 않습니까?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정말 너무 하십니다....저는 이제 당신에 대한 믿음을 버릴까 합니다. 내 자신이 붙이는 조건과 불평이 많을수록 우리 믿음은 약해집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 후반부에 가서는 빛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빛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빛은 선을 행한다는 말로도 함축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이 믿음에 대해서 우리 삶 안에서 믿음에 비례하는 행위를 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믿음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랑과 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사랑과 선은 오늘 말씀하시는 빛 안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하느님은 우리 위에, 우리와 먼 거리에 있는 하늘에 계시는 분이 아니시고, 우리가 숨 쉬고 아옹다옹 웃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면서 살아가는 이 세상에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또한 하느님은 그저 우리의 기도를 들어만 주시는 저 높은 하늘에서 성인들 하고만 계시는 분이 아니시고 이 세상 안에, 우리 안에 계시는 분입니다. 그러기에 누구보다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나 개인의 아픔, 상처, 고통, 슬픔을 다 아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아픔에만 집중하지 말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받아왔던 은총과 축복을 되새겨 보세요. 그분이 베풀어 주신 은총과 축복이 얼마인지....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되는지 한번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사순절 정점에 있는 이 순간에 빛을 사랑하고 선을 사랑하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 믿음을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빛을 좋아하고 선을 행하는 사람은 심판받지 않습니다. 사순절의 정점에 와 있습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우리 본당의 모든 교우들을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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