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일 강론

 3월의 첫 주일입니다. 지난 주에 춘삼월에 뵙겠다고 인사드렸습니다. 아직도 춥고 꽃이 피려면 많이 남았지만, 왠지 3월이라고 하면 우리 마음에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사는 여유를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요한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의 종교 축제일에 4번 참석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2,13. 5,1. 7,10. 12,12). 첫 번째 축제에 참여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아주 다이나믹하고 극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에서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십니다. 이제까지 어느 사람도 하지 못했고 할수도 없었던 일을 하십니다. 유대인들의 법에 의하면 오늘 예수님께서 하신 성전 안에서 하신 행위는 행패로밖에 볼 수 없으며, 바로 사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의 장면은 바로 성전정화(purification of the temple) 일화 입니다. 

성서시대의 예루살렘에는 같은 장소에 세 곳의 성전이 있었습니다. 1성전은 솔로몬왕이 세운 솔로몬 성전입니다. 이것은 BC 587년경 바빌로니아의 네브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 2세에 의해 파괴되었고, 2성전은 유대인들이 바빌로니아 유배 상태에서 귀환하여, 스룹바벨의 지휘로 파괴된 솔로몬 성전을 재건축한 스룹바벨 성전입니다. 이 성전은 로마의 폼페이우스에 의해 다시 파괴되었으며, 3성전은 유대 왕 헤로데가 폐허가 된 스룹바벨 성전 터 위에 세운 헤로데 성전인데, 이것은 70년 로마군이 파괴하였습니다. 현재의 통곡(痛哭)의 벽은 이 제3성전 서쪽 벽의 남은 잔해에 해당한다. 예수님은 헤로데 성전에 들어가셔서 오늘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오늘 예수님의 채찍으로 인한 성전정화는 우리 자신의 정화로 이어집니다.

 사순절의 대표적으로 외치는 소리는 회개’, ‘참회’, ‘극기’, ‘단식’, ‘자선’ ‘보속’..이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의 정화라는 말로 압축됩니다. 40일의 시간은 회개, 참회, 극기, 자선 등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정화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성전정화를 하시면서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이제까지의 성전에 대한 개념을 바꾸십니다. 그전까지의 성전에 대한 개념이 건물 중심이라면 이제부터는 성전이 예수님의 몸으로 표현됩니다.

 하느님의 영이 계시는 어디나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그 대표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하느님의 백성이 이제는 유대인이 아니라 모든 세상 사람들의 하느님이 되시기 위해서 그 표징으로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세상에 보내 주셨고, 그 하느님이 이제는 단순히 유대인들의 성전에만 머물러 계시는 분이 아님을 오늘 보여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서 그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그분의 몸을 받아 모시는 우리의 몸 역시 성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 그 성령은 여러분이 하느님에게서 받았고, 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님을 모릅니까?”(1고린3,16. 6,19. 12,27). 우리의 몸이 성령의 성전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말씀은 오늘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시면서 당신의 몸이 성전임을 설파하신 말씀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성령께서 계시는 성전이기에 우리는 우리 몸이 우리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것 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몸은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우리 역시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에서 부활한다는 믿을 교리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몸은 성령께서 계시는 성전이기에 우리는 몸 관리를 잘 해야 하고 우리의 육체를 건강하게 보존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교회는 육신을 학대하는 것을 반대해 왔습니다. 그 이유 역시 오늘의 복음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성령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순3주일, 사순절의 정점으로 들어갑니다. 우리 자신의 정화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우리의 몸이 성령께서 계시는 성전임을 기억하고 건강하게 보존하는 한 주간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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