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6주일 강론

 음력 설은 잘 보내셨나요? 여기는 그냥 지나갑니다 만 한국도 이번 설에는 모두가 이산 가족이 되어서 각자 고향에도 못가고 조용히 지나갔다고 하네요. 전염병 하나가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습니다. 올해는 백신이 나와서 작년보다는 좋아 질 것이라고 합니다. 희망을 가져봅시다.

 

나병(한센병) 환자들을 본 적이 있습니까? 미국에도 있지 싶은데....지금은 이 나병이 완전히 정복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후진국일수록 많이 생기는 병이기도 합니다. 과거 한국에는 나병환자들이 많이 있었고 음성 환자들은 시골 산속에 모여서 자립하여 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음성 나병환자 마을이라고 전국 많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1세대 부모님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이 음성 환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한국 천주교회 특히 외국 선교사들이 자립을 많이 도왔고, 한국교회도 구라주일(救癩主日)이라고 해서 나병환자들의 자립을 돕고 관심을 가지는 주일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것들이 과거의 일로 회상될 뿐입니다.

제가 살았던 고향에도 음성 나병환자 마을이 있었고 그 자녀들이 저의 친구들이었고 학교도 같이 다녔고 마을의 친구 집에도 수없이 드나들면서 살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마을에 드나들면서 부모님들이 나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하였지 다른 생각들은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서 그 병이 나병임을 알았고 그 후로도 계속 친구들과 교류하고 살았습니다. 그저 그 부모님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금은 그분들이 하느님과 함께 계시고 천상 행복을 누리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나병환자 한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그 환자는 예수님께 다가와 무릎을 끊고 간절하게 청합니다. 깨끗하게 해 달라고 합니다. 나병을 고쳐달라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해 달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오늘 1독서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구약시대부터 이 나병은 죄를 많이 지어서 하느님에게 벌 받은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공적인 죄인이라고 하였습니다. 또 그때 당시에는 전염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간 공동체에서 함께 살 수가 없었고 따로 공동체 밖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병에 걸린 것도 서럽고 고달픈데 부모, 형제들과 함께 살 수 없어 외진 곳에 따로 살아야 하는 철저하게 소외된 삶을 사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사실 전염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치료하지 않은 환자의 코와 물방울과 가깝고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경우에만 전염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깨끗하게 해 주십니다. 사람들은 나병환자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가까이 오는 그들을 쫓아내고 동네에서 멀리 떠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환자는 과감하게 예수님께 왔고 전염성이 강해서 어느 사람도 가까이하기를 꺼리는 그 환자를 예수님은 자비롭게 깨끗하게 해 주십니다. 그 어떠한 병도 예수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분의 전능함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그 환자는 사제에게 보이고 사제는 완치되었음을 선언함으로써 그렇게 바라던 인간 공동체에 들어옵니다. 가족의 품으로 들어옵니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됩니다. 손가락질하고 공동체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한 개인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서 이제 당당하게 인간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그 치유행위가 소문이 나면서 예수님은 더 이상 드러나게 마을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공교롭게도 치유된 환자는 인간 공동체에 들어오고, 반면에 예수님은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치유행위로 죽었던 생명을 살리시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주심으로서 하느님의 새로운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까지 몰랐던 하느님의 새로운 모습, 즉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 안에서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분은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응답해 주시는 분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랑을 가지고 그분에게 다가가면 언제든지 응답을 주십니다. 나에게만 필요한 은총을 청하지 말고 세상 구원을 위해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내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면 나도 모르게 내가 필요한 은총이 이미 와 있음을 체험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생각을 크게 가지고 기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해서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는 한 주간이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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