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

 성탄 시기가 지난 주 공현 대축일로 끝이 나고 교회의 전례력은 사순절 시작 전까지 연중 시기를 지냅니다. 일상으로 돌아옴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일상의 시작을 가톨릭 교회는 주님 세례 축일로 시작합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30년이라는 긴 기다림을 다 채우시고 본격적인 메시아(구세주)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습니다. 대림시기 동안의 주요 인물중 한 사람인 세례자 요한에 대해서 대림 2, 3 주일 강론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메시아로서의 공생활(公生活)시작을 스스로 요한에게 가셔서 세례를 청합니다. 오늘 예수님의 세례에 관한 소식은 네 복음서 모두에 나타납니다(마태3,13. 마르1,9. 루가3,21. 요한1.29). 예수님의 세례 소식이 네 복음서 모두에 나타난다는 것은 그 만큼 예수님의 세례 사건의 중요함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본격적인 메시아 활동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예수님은 나자렛의 마리아와 요셉의 아들이 아닌 하느님의 아들로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합니다. , 이는 예수님의 출사표(出師表)입니다. 출사표라는 말은 중국 삼국시대에 촉나라의 제갈량이 출병하면서 후왕에게 적어 올린 글을 말합니다. 비유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큰일을 앞두고 결심을 다짐하는 글들을 출사표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려고 가셨을 때, 오늘 마르코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마태오 복음에서 요한은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요한은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하면서 그분을 말리지만, 예수님께서는 지금은 이대로 하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라고 대답하십니다(마태3,14-15).

 

예수님의 세례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것은 우리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세례는 철저한 예수님 따름의 약속입니다. 그분은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시작하십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결심하고 세례를 받은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처럼 그대로 따라 살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 받기 전에 예비자들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세례를 통하여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 ‘천국에 가기 위해서 등등말씀을 하시는데, 이러한 것들은 아주 부수적인 것이고 본질적인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서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 그대로 살기 위해서 세례를 받는 것입니다. 그 세례 안에는 마음의 평화나 거룩함이나 천국은 없습니다. 첫 번째는 그분께서 살았던 삶을 그대로 모방해서 지금의 현세 생활에서 그대로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천국도 맛보고 거룩함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기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것들을 통해 나에게 오는 온갖 기쁨도 느끼고 또 나에게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도 우리는 그분의 도우심으로 이겨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우들 각 개인이 세례받을 때를 상기시켜 봅시다. 유아세례를 받으신 분들은 기억이 없겠으나 어릴 적 신앙이 몸에 배김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고, 성인이 되어서 세례를 받으신 분들은 그 당시 어떤 마음과 생각과 행동으로 세례를 원하셨는지 상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불러 주심을 의미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나 동기가 다양하겠지만, 이것은 절대적으로 하느님께서 불러 주심을 나타냅니다. 이 부르심은 우리 자신이 하느님이 은총을 나도 모르게 입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르심에 세례를 받겠다는 동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셨던 그 길을 기꺼이 따라 가겠다는 나의 약속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관계를 소홀히 함으로써 흔히 하는 말로 냉담을 하는 경우는 이제 더 이상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냉담에는 이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합리화를 위한 냉담만이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더라고 당신과의 관계를 확고히 하시기를 원하시고 먼저 그리고 항상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그 손을 뿌리칠 뿐입니다.

 

다시 한번 우리 세례를 상기시켜 봅시다. 세례 후 그분께서 얼마나 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왔던가를 돌아봅시다. 사제로 살고 있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 각자의 손을 잡고 계시지만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그분께도 돌아 갑시다. 지금도 기다리고 계십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한가위 미사

주님 승천 대축일

연중 제7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