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강론

 2021년 새해 첫 주일입니다. 모든 교우분들이 2021년에도 하느님 사랑 안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많은 축복 받으시고, 우리 주님께서 우리 교우들 모든 위험에서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공현(公現, Epiphany)이라는 말은 공적으로 드러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공현 축일에 대한 묘사는 마태오 복음에만 나옵니다. 마르코 복음에는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기록이 없고, 루가 복음은 예수님 탄생 경위에 대해서 자세하게 나오지만 동방에서 온 박사

들의 예수님 방문 기록은 나오지 않습니다. 오직 마태오 복음만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께 멀리 동방에서 별을 보고 온 현자들의 방문 소식을 알려줍니다.

 

동방 정교회에서는 가톨릭교회에서 지내는 공현 축일을 성탄 대축일로 지냅니다. 그래서 동방 정교회의 오늘 주일은 성탄 대축일 입니다. 마태오 복음은 이 동방에서 온 사람들을 박사들이라고 나옵니다. 희랍어 성경의 정확한 의미는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점성가(μάγος)를 의미 합니다. 이 점성가들이 특이한 별을 보고 경이로움과 특별함을 알고 아기 예수님을 찾아 온 것입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이방인들을 대표합니다. 그래서 예수님 탄생 관련 영화를 보면 동방의 박사들 세 명 중에 반드시 흑인 박사가 한 명 등장합니다. 이 의미는 태어나신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을 위해 탄생하신 것이 아닌 세상의 모든 민족들을 위해서 태어나심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유대인의 하느님이 아닌 모든 민족의 하느님이심을 공포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자신이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되어봅시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의 위험 속에서도 아기 예수님을 찾아 온 박사들입니다. 구세주의 탄생을 듣고 별의 인도로 먼 곳에서 찾아 온 박사들처럼 오늘 우리는 아기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수님을 찾아 온 마음을 그 옛날 박사들이 찾아 온 같은 마음으로 오늘 함께 합시다. 먼 길을 온 그 박사들은 마굿간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님과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을 만납니다. 그들은 각자가 가져 온 선물을 아기 예수님께 드립니다.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립니다. 성서학자들은 황금은 왕권을, 유향은 예수님의 사제직을 몰약은 그분의 죽음을 의미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드려야 할까요?

물질적인 것이 아닌 단순하게 우리 자신을 드리면 됩니다. 한없이 나약하고 어리석고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계산적으로만 살아온 우리 자신을 드립시다. 이러한 것을 드리고 나면 나에게 남는 것은 사랑과 이해와 배려밖에 남지 않습니다. 좋지 못한 것을 아기 예수님께 모두 드리고 나면 나에게는 좋은 것만 남습니다. 이 남은 것으로 2021년 한해 살면 됩니다. 그래서 매 순간 나에게 남은 좋은 것들을 베풀고 살아갑시다. 자신에게도 베풀고 가족에게도 베풀고 이웃에게도 베풀고 살면 모두 것이 변화될 것이고 좋아질 것입니다. 나 자신이 더 좋고 변화되고 가족이 변화되고 이웃이 변화될 것입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도 변화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2021년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본당의 사목자로서 저는 2021년에는 저 자신이 더욱 겸손하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기며 동시에 우리 교우들 더욱 사랑하고 섬기는 사목자가 되기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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