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밤 미사 강론

오늘 아침에 한국으로부터 몇 개의 성탄 축하 톡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코로나가 심각하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모든 종교행사까지 취소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제 한국의 모든 성당과 개신교는 성탄 미사가 취소되었고 13일까지 전면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모두들 유투버 미사로 성탄 미사를 참여했고 가족끼리 조용하게 보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 신부들 본당도 정성스럽게 만든 구유와 성탄 트리를 13일 이후에는 교우들에게 공개한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탄 미사를 교우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 처음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작게 나마 미사에 참여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을 침묵과 고독의 성탄이라고 제목을 붙여 보았습니다. 그 옛날 아기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을 때도 고독과 침묵만이 있었습니다. 하늘에서는 천사들이 나팔을 불고 기쁜 소식을 알렸지만 아무도 반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들에서 양을 치고 있던 목동들 몇 명이서 만 갓 태어난 아기 예수님을 보러 왔을 뿐입니다. 또 멀리 동방에서 별을 보고 찾아온 박사 3명이 전부였습니다. 마굿간 구유에 태어난 예수님을 그렇게 조용하게 침묵 속에서 고독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천사들이 하늘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평화라고 외치고 있지만 이 세상은 전혀 그 의미를 모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침묵과 고독의 성탄이 우리에게 의미 의미를 전하고 있는지 묵상을 해 봅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오신 이 엄청난 신비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맞이해야 하겠습니까?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오신 이 신비 앞에 우리 자신을 더 깊이 낮춥시다. 코로나로 인해 인생의 처음 맞는 침묵과 고독의 성탄이야 말로 이제까지 시끌벅적하게 지냈던 그 어떤 성탄 보다도 큰 축복이 있다고 봅니다.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 앞에 우리 자신을 더 낮추어 봅시다. 올 한해를 살면서 모두가 힘들었던 이 때에 우리의 간절한 바램 보다는 그저 아기 예수님 앞에 아무 말없이 우리 자신을 낮추어 보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쩌면 이번 성탄은 침묵과 고독 속에서 나를 맞이하라는 주님의 계시라고 생각합시다. 침묵과 고독 속에 오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더욱 당신을 믿고 의지하며 용기를 가지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라고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이것으로 올해의 성탄을 맞이하고 즐기도록 합시다. 더욱 가족들을 사랑하고 미움이 있었다면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하는 용기를 갖고 손을 내밀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성탄이 되기를 바랍니다.

 

침묵과 고독 속에 오신 주님!

우리 모두를 불쌍히 여기시어 당신 탄생의 축복을 베풀어줏서.

여기 모인 우리 교우들이 당신께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아 서로 사랑하며 살게하소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한가위 미사

연중 제7주일

연중 제31주일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