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4주일 강론


 성탄이 코 앞에 왔습니다. 제대 앞 대림환에는 이제 흰초까지 불이 켜있습니다. 자색의 대림1.2주일을 지내고 지난 주 분홍색의 장미주일을 지내고 이제는 성탄이 임박하였음을 알리는 흰색 초에도 불이 켜짐으로써 주님 오심의 절정을 알리는 대림4주를 오늘 지냅니다.

오늘 복음은 대림시기의 중심 인물인 세례자 요한의 예수님 오심을 준비시간이 끝나고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로 대림 시기를 마무리합니다. 교회의 전례 신학에서 대림 시기를 두 부분으로 나눕니다. 대림 1주부터 1216일까지가 1단계라면 17일부터는 대림 시기의 2단계입니다. 그래서 미사 감사송에서도 16일까지의 감사송과 17일부터의 감사송이 다르게 표현합니다. 지금은 대림 시기의 2단계 감사송을 미사 중에 바칩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께서 어떻게 인간 세상으로 들어오시는 과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성탄은 다른 언어로 표현하면 강생(降生, incarnation)의 신비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표현입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 의미 없이 세상의 축제에 묻혀서 성탄을 나름대로 즐기지만 그들은 이 깊은 강생의 신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오늘 묵상은 성모마리아에게 초점을 맞추어봅시다. 마리아에게 가브리엘 천사가 찾아옵니다. 마리아는 그저 자기도 모르게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은총을 받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평범하면서도 하느님을 성실하게 섬기며 사는 분이셨고 요셉이라는 총각과 가정을 꾸리기로 약속을 한 사람입니다. 그 여인에게 가브리엘 천사는 인사말이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말로 표현합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이 인사말은 구약의 모든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여인들, 모든 예언자에게 주어졌던 인사말이지만, 마리아에게서 완성이 되는 인사말입니다. 특별히 은총이 가득한 이하느님으로부터 특별히 부르심을 받은 마리아의 정체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부르심에 마리아는 인간적으로 두렵고 떨렸으나 하느님을 신뢰하면서 순종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특별한 은총으로 순명한 마리아는 인간 이성과 인간 풍습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신비로 인해 받을 엄청난 고통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음을 몰랐을 것입니다. 마리아에 대한 복음서의 기록을 보면 아들 예수님으로 인해 받은 인간적인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상처들을 그저 묵묵히 마음에 간직하는 것으로 살아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저 평범하고 순수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고 인류의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순명 혹은 마음에 간직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얼굴을 알리고 싶은 욕구들이 넘쳐납니다. 대림 시기 마지막 주일을 보내면서 대림 시기의 중심인물들 즉, 이사야 예언자, 세례자 요한, 성모 마리아 이 세분의 특징을 한번 묵상해 봅시다. 이들은 절대로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을 알리려고 노력한 분들은 아닙니다. 그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서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그저 묵묵히 수행하신 분들입니다. 자기에게 어떠한 일이 다가올지 축복인지 불행인지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금전적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 따져보지 않은 분들입니다. 그저 묵묵히 주어진 사명에 충실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어진 은총은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그들의 이름이 믿든 믿지 않든 모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그들을 공경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분들의 삶을 우리 삶에 작게나마 가져와 봅시다. 가정에서 혹은 일터에서 또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 사소하게나마 가져와서 한번 따라 살아봅시다. 중요한 것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고, 우리와 같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살던 사람들 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이분들과 동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시는 주님께서 우리 교우들을 축복해 주시고 하느님과 멀어져 있는 분들에게도 축복해 주셔서 주님의 말씀과 성체의 식탁으로 나오도록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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