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

 오늘은 모든 분들이 잘 아시는 것 처럼 교회 달력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오늘을 세상 마지막 날에 다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묘사하며 마지막 주일을 대축일로 지냅니다. 지난 주와 이번 주의 평일 미사 독서는 모두 요한 계시록을 읽습니다. 이 요한 계시록은 사도 요한이 성령에 이끌려 본 환시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세상의 종말이 오기 전에 요한은 자기가 본 천상의 모습과 들은 말씀을 기록하였습니다. 마지막 주일에 오늘의 독서 말씀과 복음 말씀 역시 종말에 대한 말씀입니다.

 오늘의 1독서는 에제키엘 예언서를 봉독하는데 그 내용은 무한하신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목자로서 비유되는 1독서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먹이고, 쉬게하고, 잃어버린 자식을 찾아내고, 부러진 자식은 싸매 주고, 아픈 자식은 원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일입니다. 2독서 역시 바오로 사도는 종말에 부활의 본보기를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은 우리 모두를 다시 살리신다고 확언합니다. 이 역시 하느님께서 보잘 것 없는 인간에게 베푸시는 은총의 힘을 강조 합니다. 결국 1. 2독서 모두가 하느님의 능력이 우리 인간에게 어떻게 발휘 되는 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 마지막 장으로 우리가 잘 아는 최후의 심판에 관한 말씀입니다. 장례 미사 때 이 복음 말씀을 읽기도 합니다. 오늘의 독서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에 대해 강조 했다면 오늘 복음은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은총에 응답하여 어떻게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범 답안을 제시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갈라 놓으신 양과 염소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 기준이 무엇이기에 결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쪽은 의인으로 분류되어 세상 창조 이전부터 준비한 축복을 받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가며 다른 한쪽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갑니다. 

 그 해답은 다름이 아니라 세상안에 살면서 얼마나 이웃에게 베풀고 살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베풀고 산다는 것은 비단 물질적인 것에 한정되는 것만이 아니라 내 마음도 얼마나 많이 주었느냐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상대방을 측은하게 여기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측은지심이야 말로 마지막 심판 때에 양과 염소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상대방을 측은이 여기는 마음은 어릴 때부터 얼마나 잘 발휘했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인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양으로 분류되는 의인들은 이 측은지심을 잘 사용하여 온 사람들입니다. 누구나 자기 중심으로 살려고 하는 마음은 다 있습니다. 자기중심, 가족중심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웃에 대한 베품은 자기중심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 하느님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첫 걸음입니다. 

 우리 본당의 많은 교우분들이 이 베품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결코 그분들이 재산이 많아서 그렇게 베풀고 살지는 않습니다. 경제적 부가 넘치는 사람들도 베풀지 않고 사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복음 말씀에 비추어 보면 염소로 분류되는 분들이고 끝까지 자기중심, 가족중심의 본능적인 차원에만 머물고 있는 분들입니다. 평범한 인간은 결코 본능적인 차원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교우들이 베풀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베품은 끝이 없는 본능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찾아오는 안주(安住)의 유혹 '이만하면 되었다'라는 만족의 유혹을 뛰어 넘는 것입니다. 베풀고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인격을 한단계 더 업 그레이드(up grade)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면 의인으로 분류되는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물질적으로도 베풀수 있고 기도로 베풀수 있고 작은 미소로도 베풀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모든 것으로 세상안에서 베풀고 살 수 있습니다.

교회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을 지내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으로부터 세상 창조 이전에 준비한 축복을 받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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