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2주일 강론
가을이 깊어 갑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하는데 우리 본당의 모든 형제님들의 마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쓸쓸함 보다는 가을이 주는 풍요로움이 들었으면 합니다. 계절의 변화에 형제님들 뿐만 아니라 자매님들 또한 젊은 청춘들, 아이들까지도 각자 다르게 느끼는 바는 다르게 작용할 것입니다. 이 가을이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고 그렇게 되도록 기도합니다.
교회의 전례력으로 올 한해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11월 22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지내고 올 한해를 마감하게 되고 29일은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대림1주일을 맞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저물어가는 교회 전례력에 맞게 10처녀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우리 모두에게 왕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깨어 준비하도록 말씀하십니다. 10명의 처녀들 중에서 5명은 어리석다고 말씀하시고 나머지 5명은 지혜롭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어리석은 처녀들의 특징은 다름이 아니라 게으름을 의미합니다. 그리스어 원문의 어리석음을 뜻하는 단어는μωροσ(moros)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육체적 게으름과 심리적 게으름을 말합니다. 결국 어리석은 처녀들은 자신들의 게으름으로 인해 혼인잔치에 신랑을 맞으러 나갔지만 등불에 쓸 기름을 준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됩니다. 반면 지혜로운 처녀들 필요한 등불과 기름을 잘 준비해서 원하던 혼인 잔치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스 원문의 지혜롭다는 말은 φρονοιμως(pronoimos)이라 하는데 그 뜻은 재빠른, 민첩한 이란 뜻입니다. 이 지혜로운 처녀는 자기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민첩하게 준비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나머지 5명의 처녀를 지혜롭다 하셨습니다. 정확하게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안다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임을 오늘 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혼인 잔치에 참여한 처녀들은 궁극적인 행복을 누리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고 어리석은 처녀들은 지극히 불행의 고통을 누리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누리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행복은 오늘 복음말씀에 비추어보면 지혜로운 사람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의 차이는 간단하게 보면 부지런한 사람과 자신이 현재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여 필요한 행동을 옮기는 사람입니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게으른 사람은 행복을 바라기만 하지 성취할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어리석은 5명의 처녀들은 마음은 혼인 잔치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랄 뿐 필요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였기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사람이 게으르고 부지럼함은 타고난 기질(temperament)에서 나옵니다. 심리학에서 기질은 절대 바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봅니다. 기질이 바뀔 수 없다는 이론은 개인의 어리석음에서 옵니다. 문제는 타인에 의해서 본인의 게으름에 질책을 받고도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가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되는 것입니다. 복음 말씀에서 어리석은 처녀들은 기름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일 피일 미루면서 결국에는 지혜로운 처녀들에게 얻으려는 마음만 작용한 것이지 그 이상의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의지의 작용도 없었고 실행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는 불행이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똑같이 진행되어왔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입니다. 누구나가 어리석음보다는 지혜로움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 선택 역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본인만이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바쁘게 살기에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 물어보시고 가족에게 물어보십시오. 친한 친구에게도 물어보십시오.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지혜로움은 정확하게 자신을 알고 민첩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깨어 있어라 하신 말씀은 지혜롭게 인생을 살아라는 말씀과 같습니다. 깨어있기에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알고 민첩하게 실천을 하는 것이고 이것이 준비하는 삶입니다.
지혜롭게 한 주간 살아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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