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9주일 강론

 흔히들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가을 날씨가 좋다는 의미입니다. 이 좋은 가을에 몸과 마음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을 하고나면 모든 부부는 혼인신고를 합니다. 이 혼인 신고를 하는 이유는 부부라는 증거를 국가에 제출함으로써 혼인이라는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고 국가가 부부라는 관계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록 이마에 표시는 없지만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부부가 서로에게 속하여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의 용어로써 사용되는 혼인의 단일성이 이루어지는 것 입니다. 그래서 누가 물어도 결혼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서 혼인신고를 결혼 전에 하는 분도 있고 조금 늦게하는 분들고 계십니다. 그러나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각자는 마음으로부터 혼인하였다는 각인이 새겨져 있는 것은 불변의 진리 입니다. 그래서 부부는 서로 의지하고 살아갑니다.

 오늘 예수님은 악의를 가지고 있는 두 집단에 대하여 말로써 테러를 당하십니다. 그 두 집단은 바리사이라는 집단이고 하나는 헤로데 당원들입니다. 원래 이 두 집단은 서로가 적의를 가지고 있는 앙숙의 집단입니다. 바리사이들은 로마제국의 식민통치에 반대하는 유대인 집단이라면 헤로데 당원 집단은 로마제국의 식민통치에 찬성하며 그로인해 로마 황제 덕분으로 이스라엘을 다스리고 있는 통치권력을 가진 집단입니다. 그러기에 당연히 서로가 앙숙이 될 수 밖에 없는 집단들 입니다. 그런데 이 두 집단이 합작하여 예수님께 질문을 함으로써, 예수님의 답변에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일심단결하여 언어적 테러를 시도 합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맞는가 맞지 않는가? 이 질문으로 그들은 예수님께서 어떠한 대답을 하더라도 올가미를 씌울수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금을 내라하면, 예수님은 로마제국에 협조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을 것이고 내지마라 하면 로마 황제에 반기를 드는 것이기에 이들은 예수님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답변으로 그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하십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리라는 말씀입니다. 동전 하나를 가져오라 하시면서 그 동전에 각인되어 있는 것은 로마 황제(티베리우스황제)의 얼굴이기에 황제에게 줄것은 주라고 말씀 하십니다.

 하느님의 각인이 있는 주체는 누구입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들입니다. 황제에게 돌려주라는  것은 황제에게 의무를 다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에게 의무를 다하는 것도 아니고 하느님을 섬기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각인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하느님께 바쳐야 되는 의무가 있습니다. 창세기 1장 26절에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의 사람이며 하느님께 우리의 의무를 다 해야하는 것입니다. 그 의무는 그분을 성실하게 섬기는 것이고 그분께서 주신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것입니다. 그 각인은 어떠한 것으로도 지워질 수 없는 것입니다. 

 라틴어 격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Verba volent Scripta manent”. 즉 말씀은 날아가고 기록은 남는다. 우리 안에 하느님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기에 삶 안에서 우리의 가장 높은 의무는 우리를 만드신 그분께 우리 자신을 바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모든 인간, 즉 민족과 국가와 언어에 관계없이 해당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세례 때 하느님의 인호를 받았습니다. 이 인호는 이마에 십자가를 긋는 것이며 창조 때 붙여진 하느님의 각인을 새롭게 하는 것이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 이마에 새겨진 인호를 생각합시다. 특히 어렵고 힘들때 새겨주신 그 인호를 상기하면서 주신 시련도 기쁘게 받읍시다. 그 시련안에는 분명히 그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는 힘도 주시고 더 잘 살수있는 은총도 충분히 주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에게 당신의 모습을 새겨주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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