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8주일 강론

 완연한 가을 입니다. 우리 성당에 나무가 많아서 낙엽이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관리하시는 분이 청소기로 깨끗이 낙엽을 치워 놓으면 10분 못가서 원상태가 됩니다. 앞으로도 끝임없이 낙엽과의 전쟁을 할것입니다. 관리하시는 두분께 이자리를 빌려서 감사드립니다. 낙엽이 떨어진다는 것은 나무의 광합성 작용이 다 되었다는 뜻입니다. 햇빝과 뿌리에서 영양분을 빨아 가지와 잎사귀에 전달할 힘이 다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무가 죽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2020년에 해야되는 활동을 다 이루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나무는 서서히 낙엽을 과감하게 떨어뜨리고 겨울 잠을 자면서 내년을 위해서 땅속 뿌리에 보이지 않게 영양분을 축척할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들은 친구집이나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집을 방문하신 경험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교우들의 초대를 받아 집을 방문한 적이 많이 있습니다. 누구로부터 초대를 받아 간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기대와 흥분을 유발시킵니다. 특히 처음가는 집이면 그 집이 어떻게 생겼을까? 그 집값은 얼마인가? 오늘 어떤 음식이 나올까 등등으로 기대, 설렘 그리고 작게나마 흥분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또한 초대한 분은 어떻게 하면 손님 접대를 잘 할까하고 초대 받은분들과는 다르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집이 누추하지는 않는지....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기대와 설렘 보다는 걱정과 염려가 유발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걱정은 초대한 분과 초대 받은 분과의 관계가 좋고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사이라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이민사회에서는 초대하고 초대받는 일이 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에서는 손님을 자기 집에 초대하는 일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집을 남에 보이는 것을 과거에 비해서 많이 꺼리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 주 복음 말씀에 뒤이어 나오는 혼인잔치의 초대된 사람들의 비유말씀입니다. 지난 주 복음이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말씀이었습니다. 오늘은 혼인잔치에 초대된 사람들이 그 초대를 거절한 손님들의 비유말씀입니다. 왕의 아들 결혼식에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좋은 음식을 많이 준비했지만 거절함으로써 왕의 분노로 인하여 멸망의 길로 들어선 이야기이고, 그 손님들을 대신하여 길거리에서 보이는 사람들을 무조건 데려와서 혼인잔치를 성대하게 거행하지만 잔치에 예복을 입지않은 사람을 나무라며 밖으로 쫓아버리는 비유말씀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지난 주 복음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잔치에 초대된 사람은 기존의 유대인들이고 그 유대인들은 초대를 예의없이 거절하며 초대하러 온 왕의 종들에게 폭력을 행합니다. 지난 주 포도원 소작인들과 같은 부류입니다. 그래서 왕은 군대를 보내어 그들에게 멸망이라는 징벌을 내립니다. 초대를 거절한 유대인들은 초대한 왕이 누군지를 모르는 교만하고 오만한 사람들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로 초대된 사람들 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이고 우연히 왕의 종들을 만나서 끌려오다시피 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운 좋게 평생 맛보지 못한 궁정음식을 먹고 처음으로 마셔보는 술을 먹고 좋아하고 있는 사람들 입니다. 이들은 지난 주의 소작료를 잘 내는 우리같은 이방인들 입니다. 

 그런데 이 이방인들 중에 잔치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을 왕은 초대된 사람들 중에서 인사하는 가운데 만나게 됩니다. 이 사람에게 왕은 화를 내면서 제대로 된 옷을 입지않았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버립니다. 안따까운 일입니다. 무심코 길 가다가 선택되어 왔을 뿐인데 왜 잔치집에서 쫓겨나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까요? 성서학자들의 풀이를 보면, 두 번째로 초대 된 사람들은 우리들 자신들이고, 모두에게 의로운 행위가 되는 참회와 회개의 생활을 하지 않고, 초대는 되었지만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온 사람을 뜻합니다. 

 인생을 멋지게 살아오셨고 지금도 멋지게 살고 계시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좋으신 하느님에게서 이 세상살이 잔치에 초대받았습니다. 우리  각자는 하느님으로부터 눈에 보이는 음식과 좋은 술이 있는 현실의 쾌락적인 초대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 의롭고(righteous) 회개(repentant)하는 삶을 살도록 초대받은 고귀하고 소중한 사람 입니다. 복음 말씀에 비추어 보면, 혼인 잔치에 초대된 사람에게 걸맞는 옷을 입고 있는 우리 개인입니다. 언제 어디서 다른 방식으로 초대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일상의 삶에서 의롭고 회개하는 삶을 지향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의롭고 회개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하느님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 바로 옆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눈에 보이는 이웃을 예수 그리스도라 생각하시고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 가도록 합시다. 

 신앙 공동체에 항상 끈끈한 사랑을 가지고 참여 해 주세요. 이웃의 잘못을 보지 마시고 우리 자신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도록 합시다. 신앙 공동체의 활성화는 사목자와 교우들이 끝임없이 소통하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 줄 때 가능합니다. 사목자로서 교우들의 말을 인내롭게 듣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신앙 공동체를 매일 벌어지는 잔치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 신앙 공동체를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우리 공도어체 모든 구성원들을 축복해주시고 모든 위험에서 보호해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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