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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January, 2025

시 작 ( 연중 제 3주일 )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습니다. 결혼생활의 시작, 직장생활의 시작, 육아의 시작, 신앙생활의 시작 등, 여러분이 기억하는 모든 일의 시작은 어떤 느낌을 줍니까? 기대와 걱정, 설렘과 두려움, 희망과 긴장이 공존하는 묘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의 저자 루카 역시 그러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손을 대었던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마치 장편서사의 첫 문장을 쓰는 것처럼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합니다. 한국을 떠나 14년만에 미국에 다시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워싱턴 공항으로 들어왔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같은 시간에 이 나라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임기를 시작하는 때였습니다. 정 신부님과 총회장님, 사무장님의 배웅을 받고 볼티모어로 오는 길은 맑은 날이었다가 눈보라가 치고 다시 날이 개는 이상한 날씨였습니다. 너무나도 추운 이곳에서 시차적응할 틈도 없이 혹한기 훈련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계속 먹고 마셨고 거기다가 하루만에 5년치의 일을 인수인계 받으며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할 시간을 시작합니다. 예수님도 시작이 있었습니다. 광야에서 40일간 단식을 하고 성령을 받고 갈릴래아로 돌아온 첫 안식일에 예수님께서는 회당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를 눈여겨보던 사람이 성경 두루마리를 건네자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를 찾아 읽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1,18-19). 놀라운 이 말씀은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1,21)는 선포로 끝을 맺습니다. 오늘 볼티모어 한국 순교자 성당 신자 여러분과 첫 주일을 시작하며 듣는 예수님의 선포는...

연중 제2주일 강론

요즘 겨울 날씨가 너무 매섭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 본당에 부임하고 작년 12 월 말부터 지금까지 제일 추운 날씨를 맞고 있습니다 .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있으면 바람도 아주 매섭게 불고 있습니다 . 본당의 어르신들 말씀에 따르면 작년 말과 올해가 꽤 춥다고 하십니다 . 교우분들 건강 관리에 각별히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 감기 환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   교회는 지난 주일 ‘ 주님 세례 축일 ’ 을 시작으로 성탄 시기를 끝내고 연중 시기에 들어왔다고 지난주 강론에서 말씀드렸습니다 . 연중 시기는 예수님의 공생활 중에 하신 말씀과 행적을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 메시아로서 하느님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시기 위하여 일상 안에서 하시는 예수님 말씀 안에서의 메시지와 행적 안에서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각자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   연중 제 2 주일의 말씀은 우리 삶과 너무나 가깝게 연결된 말씀입니다 . 혼인 잔치에서 술어 떨어져서 , 혼인 잔치의 주인이 너무나 난처한 상항에 있는 모습을 성모님께서 아시고 , 예수님에게 조용하게 부탁하시는 장면이 오늘 복음입니다 . 성모님의 부탁을 예수님께서는 무시하는듯하시지만 ,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십니다 . 그래서 예수님을 비롯하여 혼인 잔치의 손님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인간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 역시 인간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시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 묵상하는 우리 역시 흐뭇하게 여겨집니다 .   오늘 제 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성령의 은사는 다양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 신앙 공동체 안에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직분은 여러 가지 임을 밝히면서도 그 직분의 주인공은 주님임을 분명히 합니다 . “ 어떤 이에게는 지혜의 말씀이 , 어떤 이에게는 지식의 말씀이 , 어떤 이에게는 치유의 은사가 , 어떤 이에게는 ...

주님 세례 축일

  성탄 시기가 지난 주 공현 대축일로 끝이 나고 교회의 전례력은 사순절 시작 전까지 연중 시기를 지냅니다 . 일상으로 돌아옴을 의미합니다 . 이러한 일상의 시작을 가톨릭 교회는 주님 세례 축일로 시작합니다 .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30 년이라는 긴 기다림을 다 채우시고 본격적인 메시아 ( 구세주 ) 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습니다 .   이제 예수님은 메시아로서의 공생활 ( 公生活 ) 시작을 스스로 요한에게 가셔서 세례를 받고 시작합니다 . 오늘 예수님의 세례에 관한 소식은 네 복음서 모두에 나타납니다 ( 마태 3,13. 마르 1,9. 루가 3,21. 요한 1.29). 예수님의 세례 소식이 네 복음서 모두에 나타난다는 것은 그 만큼 예수님의 세례 사건의 중요함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 그것은 다름이 아닌 본격적인 메시아 활동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 이제 예수님은 나자렛의 마리아와 요셉의 아들이 아닌 하느님의 아들로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합니다 .   예수님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려고 가셨을 때 , 오늘 루까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 마태오 복음에서 요한은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 요한은 “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 하면서 그분을 말리지만 , 예수님께서는 “ 지금은 이대로 하시오 .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 라고 대답하십니다 ( 마태 3,14-15).   예수님의 세례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 그것은 우리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 세례는 철저한 예수님 따름의 약속입니다 . 그분은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시작하십니다 .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하고 세례를 받은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처럼 그대로 따라 살아야 합니다 . 우리 모두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 또한 예수님은 스스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당신을 따라서 세례를 받는 우...

주님 공현 대축일

  새해 첫 주일입니다 . 우리는 새해를 시작하는 지난 수요일에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면서 새해 , 새날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힘차게 새해를 시작하였습니다 . 겨울의 한중간에 있지만 따뜻한 기운과 함께 새해 첫 주일에 하느님을 우리 온 마음으로 찬미 찬양하면서 새해 첫 주일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 다시 한번 올 한해도 하느님 축복 안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기도합니다 .   오늘은 얼마 전에 탄생하신 예수님께서 멀리 동방에서 온 현자들의 인사를 받는 날입니다 . 하늘의 별을 보고 먼 길을 걸어와 예수님을 알아 뵙고 마음을 다해 인사드리는 동방에서 온 박사들 바로 뒤에서 우리도 같이 인사드리는 모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공현 ( 公顯 , Epiphany) 라는 뜻은 ‘ 공적으로 드러낸다 ’ 라는 의미입니다 . 동방의 전통에 충실하였던 현자들은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선물을 가지고 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 초대교회 교부들은 동방에서 온 현자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렸던 선물 , 황금은 예수님의 왕위를 상징하고 , 유향은 신성을 몰약은 인류를 위해 돌아가실 예수님의 희생을 나타낸다고 해석하였습니다 . 신학자 칼 라너 신부는 “ 황금은 ‘ 우리의 사랑 ’, 유향은 ‘ 우리의 그리움 ’, 몰약은 ‘ 우리의 고통 ’”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오늘 동방에서 온 현자의 방문에 대한 기록은 마태오 복음서만 유일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   이제 예수님은 이제는 유대인들만의 구원자가 아니라 동방에서 온 현자들의 인사를 받으시면서 , 이방인을 대표하는 현자들의 흠숭과 찬미를 받으십니다 . 우리 역시 동방에서 온 현자들의 뒤를 이어서 그분께 흠숭과 찬미 , 찬양을 온 마음으로 드려야 할 것입니다 . 오늘 지내는 공현 대축일은 성탄 대축일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 한국의 전통에 따르면 ,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곧바로 가족이나 친척에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