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일 강론

 2월의 마지막 주일이며 사순 제1주일입니다. 2월은 다른 달보다 훨씬 짧은 달이기도 합니다. 겨울이 이렇게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늦겨울 추위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에 건강 잘하시기를 바랍니다. 사순절 시작하는 지난 재의 수요일에 많은 교우분이 미사에 참여하여 머리에 재를 받았습니다. 아침 미사에도 많이 오셨고 저녁 미사에는 주일 교중 미사만큼 오셨습니다. 주님께서 은혜와 구원의 사순 시기에 우리 교우들 은혜로운 사순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사순 제1주일의 복음 말씀은 사순 시기 시작하면서 항상 나오는 예수님의 유혹 장면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복음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유혹 장면은 공관 복음에 모두 나오는 장면입니다. 공관 복음 세 곳에서 나온다는 의미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동시에 오늘의 제1 독서는 창세기를 인용하면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하와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에덴동산에 있는 선악과를 따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과연 예수님께서는 왜 유혹을 받으셨을까요?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이 굳이 유혹을 받아야 했을까요?

히브리서에 의하면 예수님의 삶은 유혹의 삶이라고 하였습니다(히브 2,18; 4,15). 예수님은 죄외에 우리와 같은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삶에서 유혹은 당연히 올 수 있는 사건입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은 자신에 다가올 고통을 피하게 해 달라고 기도 십니다(마태 26,39; 마르 14,32; 루카 22,39). 다가오는 고통을 피하게 해 달라는 기도 역시 예수님께로 향한 일종의 유혹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본격적인 세 가지 유혹을 사탄으로부터 받으시는 모습을 우리는 볼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첫 번째 유혹은 고의로 예수님의 사명에 맞지 않는 힘을 사용하도록 하는 유혹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고유한 사명을 유혹자는 임의로 다른 곳에 사용하도록 하는 유혹입니다. 두 번째 유혹은 이기적인 이유로 도움을 청하고 성경에 잘못된 해석으로 하느님을 유혹하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혹자의 말이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으로 알고 거절하십니다. 세 번째 유혹은 하느님 대신에 사탄을 따름으로써 세상 지배권을 얻기 위한 유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유혹에 대해서 단호하게 거부하십니다. 사탄이 성경을 인용하여 예수님을 유혹하였듯이, 예수님 역시 하느님에 절대적인 충성을 확인하는 성경을 인용하여 단호히 거부하시며 그분의 하느님의 아들 신분 남용과 메시아적 권위의 남용을 또한 단호히 거부하십니다. 오늘 예수님의 유혹 장면에서 인상적인 것은 사탄이 쉽게 예수님께 접근하는 것과 유혹의 내용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의 요소를 이용해 예수님을 유혹하는 내용입니다. 또한 동시에 예수님께서도 단호하시지만 하느님 말씀에 근거를 두고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조용하게 하나 하나 거절하는 모습은 정말로 인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복음사가의 능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 역시 일상의 생활에 많은 유혹이 거창하면서 요란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유혹이 왔는지도 모르게 우리에게 침투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세 가지 유혹의 특징은 다름 아닌 하느님을 넘어서라는 유혹입니다. 1독서의 내용이 이 사실을 잘 드러내어 줍니다. 뱀의 유혹은 다름이 아니라 하느님과 같은 동등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유혹의 핵심입니다. “하느님처럼 되어서”. 재물을 하나 하나 모으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이 무한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착각할 수 있듯이, 우리는 때로는 우리 자신의 유한함과 한계를 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 유혹이기도 합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일상 안에서 오는 수많은 유혹이 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십니다. 또한 예수님 자신도 사탄으로부터 유혹을 받으셨기에, 누구에게나 사탄과 세상으로부터 유혹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려주십니다. 지금 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가장 큰 유혹은 무엇입니까? 재물에 대한 유혹, 젊음에 대한 유혹, 앙갚음에 대한 유혹, 질투에 대한 유혹...언제 어디서든지 우리에게 다가오는 유혹이 많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세상 안에서 당당하게 살며,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다가오는 유혹을 피하지 말고 굳건하게 맞서며 살아가는 사순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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