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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April, 2025

자비의 선교사 (하느님의 자비 주일)

                                                                         자비의 선교사 (하느님의 자비 주일) 2015 년에 가톨릭계 신문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 " 대구대교구 자비의 선교사는 누구십니까 ?" 그때 저는 교구청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 우리 교구에는 자비의 선교사가 없습니다 .' 하고 응답했습니다 . 자비의 선교사는 ' 자비의 희년 ' 을 맞이하여 교황청에서 임명하여 하느님 자비를 강론하고 고해성사를 전담하는 사제입니다 . 그런데 일주일 후 제 핸드폰에 불이 났습니다 . ' 신문을 봤는데 축하한다 ', ' 자비의 선교사를 언제 지원했느냐 ?', ' 교황님이 주례하는 임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는 언제가느냐 ?'. 무슨 소리인지 몰라 신문을 펼쳤는데 대구대교구 자비의 선교사로 제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 신문사에 전화해서 기사가 잘못 나갔다고 했더니 정정보도를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스웠습니다 . ' 김성래 하상바오로 신부는 자비의 선교사가 아닙니다 .' 로 나갈 기사 말입니다 . 그때 생각했습니다 . 자비의 선교사가 아닌 사제가 있을까 , 사랑이신 하느님에 대해 말하면서 자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 그후 임명되지 않은 자비의 선교사로 살아야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사제는 교회법에 따라 일년에 한번 피정을 하고 그때 유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님 역시 지난 월요일에 선종하신 후 2022 년 6 월 29 일 쓰신 유언서가 공개되었는데 ' 자비로이 부르시니 (miserando atque eli...

오렌지 향기 바람에 날리고 (주님 부활 대축일)

오렌지 향기 바람에 날리고 (주님부활대축일)   부활절 아침입니다 . 마스카니의 오페라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의 첫 노래가 떠오릅니다 . 부활절이면 활짝 피는 오렌지 꽃 향기를 맡으며 시실리섬 사람들이 부활대축일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에 모여듭니다 . 사람들이 ' 오렌지 향기 바람에 날리고 ' 를 노래합니다 .   오렌지 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종달새는 숲속에서 노래한다 오 빛나는 눈동자의 소녀들아 새들도 짝을 찾아 날아가듯 우리도 그대들에게로 날아간다 모두가 즐거워할 계절에 부드러운 노래가 정답게 들려온다 ...   부활절 아침입니다 . 동이 터오는 들판을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이 보입니다 . 그들은 지난 금요일에 돌아가신 예수님 무덤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 왜냐하면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님의 무덤에 갔었는데 그분의 시신이 사라졌음을 발견하고 알렸기 때문입니다 .   이제 여러분을 스위스 화가 Eugene Burnard 가 1889 년에 그린 ' 부활의 아침 주님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 ' 이라는 그림으로 초대합니다 .   황금빛 태양이 대지를 밝히는 이른 아침 , 급히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입니다 .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   베드로의 얼굴을 봅시다 . 만고풍상을 다 겪은 얼굴입니다 . 첫째 제자이지만 성격이 급해 앞뒤 가리지 않고 말하고 행동해 얼마나 많이 주님을 실망시켰습니까 . 예수님으로부터 ' 사탄아 , 물러가라 ' 는 말씀까지 들었고 , 죽기까지 그분과 함께 하겠다고 장담하고서는 세 번이나 그분을 배반했으니 죄인일 따름입니다 .   그런데 지금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대가 가득합니다 . 주님께서 무덤에서 사라지셨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분께서 생전에 말씀하신 일이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말입니다 . 그의 오른손은 뉘우침과 회한을 담아 자신의 두근거리는 심장에 놓여 있고 , ...

십자가를 바라보는 나 (주님수난성지주일)

                                                                  십자가를 바라보는 나 (주님수난성지주일) ( 강론대에서 시작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 오늘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 그 가운데 우리 자신은 어디에서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살펴봅시다 . ( 제대앞 십자가를 바라보는 장소 1- 베드로 ) 스승님께서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 주실 때 우리는 그것이 마지막 만찬인줄 몰랐습니다 . 알았더라면 우리 가운데 누가 가장 높은 사람이냐는 문제로 말다툼 같은 것은 하지 않았을텐데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동료들이 말다툼할 때 저도 끼어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기도하였다 ' 라고 말씀하셔서 놀랐습니다 . 그래서 ' 주님과 함께라면 죽을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 라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예수님 말씀대로 그날 닭이 울기 전에 저는 세 번이나 그분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 닭이 울고 그분께서 몸을 돌려 저를 바라보셨을 때 , 저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밖으로 뛰어나가 슬피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 주님은 우리 가운데 한 사람 유다의 배반으로 붙잡히셨지만 저 역시 주님을 배반했습니다 . 주님 ,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 ( 장소 2- 빌라도 )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예수라는 사람을 나에게 끌고 왔을 때 나는 곧바로 이들이 죄없는 사람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 자기네들끼리 해결하면 될 문제를 굳이 나에게까지 가져온 것은 그들에게는 동포를 사형에 처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지 . 나는 몇 번이나...

인생이라는 마라톤 (사순 제 5주일)

                                                                     인생이라는 마라톤 (사순제 5 주일) 인생은 마라톤이라고들 합니다 . 이때 대부분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얼마나 먼 거리를 , 얼마나 빨리 뛰는가입니다 . 하지만 거리와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페이스 (pace) 입니다 . 처음에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 속도로 끝까지 뛰지 못하는 것은 레이스를 마치고 나서 힘이 남아 도는 것처럼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것입니다 . 자신만의 속도 ( 페이스 ) 로 목표한 거리에서 100% 에너지를 다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레이스입니다 . 마라톤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과거의 기록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 지난번에 아무리 잘 뛰었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 마라톤입니다 . 그리고 착실하게 준비해서 출발선에 서는 것이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 유명한 작가이자 마라토너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합니다 . “ 승부는 거의 출발점에서 정해진다 . 그게 마라톤이라는 스포츠다 . ‘ 어떤 식으로 출발점에 다다르는가 ’ 그게 전부다 . 나머지는 42 킬로미터의 코스를 통해 실제로 확인하는 작업일 뿐이다 .” 만일 마라토너가 달리는 중에 예전 레이스를 떠올리며 준비가 부족한 자신을 탓하거나 혹은 우쭐해 자만한다면 십중팔구 그 레이스는 실패할 것입니다 . 마라토너에게는 눈앞에 현실만이 존재합니다 . 한번에 한발씩 뛰고 , 한번에 한숨씩 쉬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 그런데 우리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자주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자책합니다 . 있어서는 안될 실수 , 씻을...